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하기 위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드러누운 채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다음에는 물리력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내란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추가 소환할 방침이다. ◇“尹, 체포 시도하자 수의 벗어”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피의자가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를 완강하게 거부해 완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 한 명, 수사관 한 명과 함께 오전 8시40분 구치소 내 수용실 앞까지 들어가 지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특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윤 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에 따를 것을 권유했다.
속옷 차림의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말을 끊으며 끝내 체포영장 집행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오 특검보는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따를 것을 권고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물리적으로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을 고려해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 특검보는 “언론을 통해 체포영장 집행 시점을 미리 고지했음에도 그런 복장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건강 이상 징후를 보였는지와 관련해서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에는 물리력을 동원해 집행하겠다고 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특검보는 “형사소송법상 교도관 지휘하에 집행이 가능하며 체포영장 집행 시에도 이를 준용할 수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전직 검사, 검찰총장, 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구치소 내부 규정에 따르면 수용자는 혹서기엔 아침 기상 시간인 오전 6시20분부터 취침 시간인 오후 9시 전까지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착용하도록 돼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반팔 상의와 반바지를 정상적으로 입고 있다가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수의를 벗었고 특검팀이 나가자 바로 입었다고 한다”며 “사실 전직 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민망하다”고 언급했다. ◇이상민 구속…한덕수도 소환 예고내란 특검은 이날 이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이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언론사와 여론조사업체에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장관에게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을 겨냥한 계엄 가담·방조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먼저 한 전 총리 추가 소환을 예고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자료와 그에 따른 필요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경과를 고려할 때 (한 전 총리에 대한) 추가 소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