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 ‘5개 쟁점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일 국회 본회의에 회부됐다. 국민의힘이 오는 4일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상태지만 압도적인 의석 차이로 8월 임시국회 내 법안 통과를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與의 ‘무더기 입법 처리’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쟁점 법안 다섯 개를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공산당인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라며 법안마다 극렬히 반대했지만 민주당의 강행을 막지 못했다. 법사위는 구성 위원 18명 중 민주당이 과반(10명)을 점하고 있다. 농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화가 주요 내용인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의견 일치를 본 만큼 여야가 합의 처리했다.
표결 통과한 법안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들이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수를 늘리고, 국회 몫 이사 추천권을 40%로 정한 뒤 나머지를 시청자위원회와 학계·임직원 등에 나눠주겠다는 내용이다. 이사회 독립성을 키운다는 취지지만 국민의힘은 반발해 왔다. 민주당 중심의 이사 추천 구도가 굳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상 표결을 받아 대체토론을 끊은 뒤 법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에서도 민주당 독주 체제는 이어졌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원청 책임을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 경제계가 “수백 개 하청과 일일이 교섭하라는 것인가”라며 부담을 호소한 법안이다. 상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한 명에서 두 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두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논의가 충분했다”는 입장이다. ◇“8월 내 법안 모두 통과”민주당은 법사위 통과 법안을 4일 본회의에서 모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5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최대한 시간을 끌며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최근 각 상임위 국민의힘 소속 간사들을 불러 필리버스터 지원자를 받았다. 또 민주당의 일방 처리 강행을 막기 위해 4일 본회의 당일 해외 출국과 지역구행을 자제해 달라고 지시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7월 임시국회(8월 5일)까지는 사실상 1개 법안만 통과가 가능하다. 8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이달 21일이 유력하다.
5개 법안 중에서는 KBS 이사 수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이 가장 먼저 통과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방송 3법은 일종의 한 법안이니 나눠서 처리하는 것보다 상법이나 노란봉투법을 먼저 가자는 의견이 일부 있다”면서도 “현재까진 방송법을 시작으로 방송 3법을 먼저 처리하는 수순”이라고 했다. 최종 순서는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여당 한 의원은 “본회의에서 야당 측 수정 동의안이 제시된다고 해도 수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21일 필리버스터가 이어져도 남은 법들은 하루 하나씩 모두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정소람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