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에 증세까지…주가 급락, 환율 급등에 도사린 불안감

입력 2025-08-01 17:35
수정 2025-08-02 01:27
정부가 내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뒤 처음 열린 어제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가 3.88% 폭락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4원40전(오후 3시30분) 급등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한·미 관세 협상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기대에 역행하는 세제 개편안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정부는 그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세율을 1%포인트 올리고, 증권거래세율도 0.15%에서 0.20%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한편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25%)보다 높은 35%로 정했다. 과도한 배당소득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점을 잘 아는 정부가 ‘부자 감세’ 덫에 걸려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하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2500개 상장사 가운데 14%인 350여 곳만 분리 과세 요건에 해당해 ‘무늬만 분리과세’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역시 연말 주식 시장에 투매를 유발해 변동성을 키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법인세 인상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내년부터 5년간 전년 대비 늘어나는 세수 8조1672억원 중 기업이 법인세, 교육세 등으로 3분의 2를 감당하게 된다.

민주당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기업들은 증세뿐 아니라 규제 입법 리스크에도 직면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 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극대화한다. 지난달 3일 1차 개정에 이은 2차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더 센’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들을 사면초가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겹쳤다.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으로 상호관세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지만 15%의 관세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문가지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