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사실을 알리면서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쌀은 지켰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와 배치되는 발언이다.
대통령실은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쌀이나 농축산물 시장에 대해 개방이 안 된 건 확실히 맞다"며 "세부적인 요건에 있어서 서로의 이해가 달랐다, 인지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상세 품목에서 이를테면 검수나 검역 과정을 더 쉽게 한다든가 이런 부분에서 변화는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미국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개방 폭이 더 늘어나는 부분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우리는 농축산물 시장의 99.7%가 개방돼 있는 상황"이라며 "그 나머지 0.3%에 대해서 더 개방하는 게 없다는 우리 측의 의견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개최해 한미 관세 협상 세부적인 합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농축산물 협상에 대해 "미국 측의 강한 개방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농업 분야와 관련해 "쌀과 소고기에 대해서는 추가 개방은 없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는 '완벽한 무역' 이런 표현이 있는데 정치적인 수사라고 저희는 판단한다"며 "아시다시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 농산물 시장은 99.7%가 개방돼 있고 이것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 간 농축산물 개방 관련 입장이 다른 부분을 지적하며 정부를 향해 "농산물 협상 과정과 내용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을 확인하고 협상 과정에 대해 국민들께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옮겼다.
정 의원은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민주당 의원도 '식량안보를 지킨 협상 결과를 환영한다'고 말을 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 간 농산물 개방을 두고 명백한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농업(농산물)' 언급에 정치적 수사라고 했다. 이번 백악관 대변인의 말도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이 어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15%의 관세를 내게 될 것이며,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providing historic market access to American goods like autos and rice)"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completely open)할 것"이라고 적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