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해양플랜트 분야 업무의 해양수산부 이관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한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이번 협상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면서다. 프로젝트가 곧바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소관 부처를 이관하긴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MASGA 덕에 협상 타결...업무 이관 부담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은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어치의 에너지를 구매하는 동시에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대미 투자 펀드’ 중 1500억달러는 MASGA 프로젝트와 국내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돕는 조선업 협력 펀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MASGA 프로젝트가 이번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상을 마친 이후 관련 브리핑에서 “오늘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MASGA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산업부가 이끈 한미 통상협상에서 산업부가 주로 담당하는 조선업이 핵심 카드로 역할 하면서 해수부로의 조선·해양플랜트 업무 이관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전재수 신임 해수부 장관은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부처의 위상 강화를 위해 산업부가 맡은 해당 업무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해양플랜트 업무를 가져오면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며 “산업부에선 1개 과에서 10명이 일하는데, 해수부에 오면 같은 10명에 1000배, 1만 배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 이관 필요성을 어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선 해양플랜트 업무 소관 부처를 굳이 바꾸기가 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세 문제는 협상 결과뿐만 아니라 그 이행도 무척 예민한 문제인데, 정부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분들이 이 부분을 쉽게 건드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업무 이관 여부는 이달 중순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오는 13일께 국정과제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정부 조직 개편안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엔 기획재정부 분리,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과 함께 해양플랜트 분야를 산업부에서 해수부로 이전하는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관 필요...장차관 서울가면, 업무 맡을 사람 없어"대신 해수부에 ‘수산 전담 차관’이 신설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예측이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보상’ 문제와 별개로, 서울~부산의 거리상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과 달리, 부처가 부산에 있으면, 서울에 회의를 다녀올 때 최소 6시간은 잡아야 한다”며 “1박 2일로 다녀와야 할 상황도 숱하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차관이 각각 관계부처 회의로 자리를 비우면, 부산에서 회의나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수부 내부에선 수산 전담 차관이 신설될 경우 임명할 수 있는 인사로 최용석 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이나 최완현 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 등이 거론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첫 수산 전담 차관은 ‘수산직’ 출신에게 돌아가지 않겠나”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