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천 고속도로 확장… 경기 동남북부 골프장들 웃는다

입력 2025-08-01 08:48
수정 2025-08-01 16:31


경기 안성의 안성베네스트GC는 26년 역사를 가진 수도권 명문 골프장이다. 칠현산 자락에 자리잡은 36홀 규모의 대규모 골프장으로, 다이내믹하고 도전적인 코스에 삼성물산의 자랑인 뛰어난 잔디 품질로 유명하다.

하지만 같은 계열사 골프장인 가평베네스트, 동래베네스트, 글렌로스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왔다. 수도권에 있지만 고속도로 출구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탓에 서울 골퍼들이 방문하기에 부담이 따른 탓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동남권(강동·송파·강남·서초)과 동북권(노원·중랑·광진 등)에서 온 내장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고, 용인·성남·광주 등 경기 남동부에서 온 내장객도 0.6% 증가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월 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72.2㎞)이 개통된 후광효과다.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이 수도권 북부지역 골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안성 베네스트GC가 있는 경기 안성을 비롯해 포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제2 외곽순환도로 양주~파주(법원) 구간 개통이 맞물리면서 파주 지역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퍼들이 골프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접근성이다. 코스 품질, 뛰어난 코스디자인과 서비스 등이 기본이 되어야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골프장은 골퍼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기본으로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운동이기에,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엠브레인의 '2025 골프산업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내 필드 골프장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응답자의 응답자의 65.9%가 위치(접근성)을 꼽아 비용(62.6%), 코스관리 상태(51.2%)를 꺾고 1위로 조사됐다. 1~3순위를 순서대로 복수응답하는 방식이었는데 1순위 응답으로만 보면 36.3%의 응답자가 위치(접근성)을 꼽아 코스관리 상태(21.4%), 비용(18.6%)을 크게 앞섰다.

수도권 북부의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수도권 골프장은 1시간 안팎으로 닿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추세가 압도적이다"라며 "특히 주말골퍼들의 경우 교통 체증 등의 리스크가 있어 1시간 30분 이상 거리는 부담을 느껴 꺼린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소재이지만 도로망이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북부지역, 그리고 고속도로 출구에서 거리가 먼 골프장에 대한 선호가 떨어진 이유다.

세종~포천 고속도로는 골퍼들의 골프장 선택지를 크게 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 포천 군내면의 포천힐스CC가 대표적이다. 27홀 규모의 포천힐스는 도전적인 산악코스로 젊은 골퍼들이 선호하는 경기 북부 대표 대중형 골프장이다. 2010년 개장 이후 포천의 평범한 골프장이었던 포천힐스는 2017년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골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골프장에서 차로 단 3분 거리에 포천IC가 뚫리면서 서울 지역 골퍼들이 40분~1시간만에 닿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코스 관리가 더해지면서 북부지역 인기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초 세종~포천 고속도로가 구리~안성구간까지 개통하면서 조금 가라앉는 분위기이던 골프장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안성 베네스트GC는 서울 잠실역을 기준으로 기존에는 경부고속도로와 평택제천선을 이용할 경우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하지만 세종포천 고속도로가 확장되고 골프장 인근에 안성맞춤IC가 개통되면서 도로망은 물론, 고속도로 출구에서의 거리도 크게 단축됐다. 덕분에 잠실역 기준 1시간 이내, 하남 분당 등에서는 50분까지도 접근시간이 단축됐다.

골프장의 접근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는 단체 행사팀 수요다. 단체 멤버가 다양한 지역에서 오는 탓에 단체 행사팀은 장소 선정 시 접근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안성 베네스트GC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단체 행사팀은 지난해보다 2.6배나 늘어났다.



경기 파주 광탄면 서원밸리CC도 북부권 교통 개선의 수혜 골프장으로 꼽힌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단골 대회장인 서원밸리는 뛰어난 코스관리로 유명한 수도권 북부지역의 대표 명문골프장이다. 나란히 자리한 대중형 골프장 서원힐스CC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접근성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서울 강남권, 경기 동남부에서는 1시간 30분 가량 소요돼 이 지역 주말 골퍼들의 선호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제2외곽순환도로 양주~파주(법원) 구간 개통으로 남부 지역 골퍼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골프장에서 가까운 법원IC로 제2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세종~포천 고속도로로 이동하면 강남, 송파에서 1시간 거리로 닿을 수 있게 되면서다.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용인에서 왔다는 손님이 '전에는 서원밸리로 초대를 받으면 부담이 커 중간 거리의 다른 골프장으로 옮기자고 했었는데, 요즘은 편하게 온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골프장 업계에서는 교통망 개선에 따른 북부지역 골프장의 활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회원권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2009년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춘천과 경기 북동부 지역 골프장 회원권의 몸값이 크게 치솟았다. 춘천IC 인근의 라데나CC는 1억 2000만원대에서 한때 3억원 대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는 회원권 시장이 잠잠한 상태다. 에이스회원권 거래소에 따르면 안성베네스트 등 북부권 골프장의 회원권은 올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새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기조 등으로 올해 들어 회원권 자체가 자산으로서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교통망 개선은 골프장 시장에 호재가 맞지만 2009년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경우처럼 당장 회원권 시장의 호재로는 이어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