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등록증 vs 고유번호증, 알고 받으면 세금이 보인다 [고인선의 택스인사이트]

입력 2025-08-01 07:00
수정 2025-08-01 07:02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김 씨는 세무서에서 발급받아야 할 서류를 알아보던 중 고민에 빠졌다. 사업자등록증은 익숙한 용어인데, 고유번호증이라는 것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둘 다 세무서장이 발급하는 공적 증서인데 뭐가 다른 걸까?

사업을 시작하거나 종중, 사찰, 교회 등 비영리단체를 운영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서류가 바로 세무서 발급 증명서다. 많은 이들이 '사업자등록증'은 알고 있지만 '고유번호증'에 대해서는 생소해한다. 하지만 이 두 증서는 목적과 기능, 법적 효력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어 제대로 알고 발급받아야 불필요한 세금 부담이나 법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결정적 차이는 '부가세 납세의무'두 증서 모두 세무서에서 납세자를 관리하고 과세자료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발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려고 개인이나 단체에 고유한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법인이나 단체는 이 번호를 통해 단체 명의 금융기관 계좌를 개설하는 등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사업자등록증이나 고유번호증이 특정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나 '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세무서에 등록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일 뿐이다. 따라서 '면세사업자용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면세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없는 면세사업자인지 여부는 별도의 부가세 관련 법령에 따라 판단된다. 영리냐 비영리냐, 그것이 문제다두 증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익사업'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의 유무다.

발급 대상부터 다르다. 사업자등록증은 영리 목적의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세를 창출하고 납부할 의무가 있는 사업자에게 발급된다(대법원 95누8492 판결).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고유번호증은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이나 국가기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동창회, 종교단체와 같이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없는 단체에 발급된다.

세금 관련 기능에서 결정적 차이를 보인다.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사업자는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세금계산서'나 '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거래 상대방은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고, 사업자 자신도 매입 시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유번호증만 있는 단체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없으므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다. 매입 거래에서 세금계산서와 계산서를 받을 수 있고 신고의무는 있지만, 매입계산서를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는 없다. 대신 기부금단체로 지정된 경우 기부금 영수증 등은 발행할 수 있다.

번호 체계도 다르다. 사업자등록번호는 사업자 유형에 따라, 고유번호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가운데 번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종교단체의 경우 법인으로 보는 단체는 가운데 번호가 '82'이지만, 법인격 없는 사단(개인 단체)으로 등록하면 '89'가 부여된다. 사업자등록 안 하면 가산세, 고유번호 안 받으면 실무상 불편발급받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이나 제재에도 두 증서 간 큰 차이가 있다.

사업자등록증 발급은 법적 '의무'다. 사업자는 사업 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반드시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고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부가세법에 따라 등록 신청 직전일까지의 공급가액 합계액의 1%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부과된다. 또한 원칙적으로 사업자등록 전의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어 세금 부담이 커진다. 나아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 행위다.

고유번호증 발급은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발급받지 않았다고 해서 직접적인 과태료나 처벌 규정은 없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단체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점이다. 회비나 기부금을 대표자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회계 처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비영리단체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세제 혜택(재산세 비과세 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단체의 실체를 공적으로 증명할 서류가 없어 법적 분쟁 발생 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사업자등록증과 고유번호증은 세무 관리를 위해 발급된다는 점은 같지만,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있는 '영리 사업'을 하는지, 그렇지 않은 '비영리 활동'을 하는지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다.

창업을 앞둔 김 씨처럼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내가 하려는 활동의 성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에 맞는 증서를 발급받는 것이 불필요한 세금을 내거나 법적 불이익을 받는 일을 피하는 첫걸음이다. 작은 차이가 큰 세금 부담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고인선 법무법인 원 변호사 I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특별시에서 지방세 및 도시계획 업무를 하면서 부동산 관련 조세 소송 및 자문 경력을 쌓았으며, 기업,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기타 기관에 조세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