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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열린 다섯 차례 금리 결정 회의 때 모두 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하면서 이번에도 “현재 금리 수준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Fed 이사 중 두 명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내부 균열이 발생했다. ◇9월 금리 인하 전망도 약해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30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완만하게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며 “나와 대부분 위원은 제한적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9월 금리 인하에 관해서는 “우리는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9월 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얻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균형 상태를 이루는데도 수요와 공급이 같은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노동시장에 하방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높아진 관세는 일부 상품 가격에 보다 뚜렷하게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는 주의 깊게 평가하고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금리 동결한 파월 ‘맹비난’기준금리를 연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며 Fed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파월 의장을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제롬 ‘너무 늦는(too late)’ 파월이 또 그랬다”며 “그는 Fed 의장직을 맡기에는 너무 늦고, 화가 나 있고, 멍청하고, 정치적”이라고 썼다. 이어 “그는 완전한 실패자이며 그 대가를 미국이 치르고 있다”고 강조하며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정부가 수조달러의 차입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ed 이사들도 만장일치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이틀 동안 이어진 FOMC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상시 의결권을 행사하는 Fed 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여러 Fed 이사가 소수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은 트럼프 1기 때 Fed 이사로 임명됐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부응하기 위한 의견을 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러 이사는 2주 전부터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그가 내년 봄 파월 의장 후임을 노리는 초기 행보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반대 의견 피력을 전망하며 “경제 상황보다는 (차기) Fed 의장 임명을 위한 오디션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PCE 물가 4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Fed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의 지난 6월 가격지수는 시장 추정치를 소폭 웃돌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6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달 대비로도 0.3% 올라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고율 관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하며 전달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진전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6월 상품 가격은 전달 대비 0.4% 올라 5월(0.1%)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에 민감한 가구 가전 의류 장난감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