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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듬해 등장한 ‘바이(BUY) 코리아’ 펀드는 침체된 자본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이 해외 기업 한 곳보다 작을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점을 강조한 광고 덕분이다.
당시 137조원이던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시총은 최근 300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빅테크 한 종목보다도 작은 건 여전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엔 비관론 일색이었다. 재평가가 본격화한 건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활성화 대책이 추진되면서다.
이런 제도 변화만으로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담보할 수 있을까. 2019년 12월 우선주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유가증권시장 내 비중은 24.6%였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보고 지수 등락을 예측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의 업종 구성은 꾸준히 변화해왔다. 유가증권시장 내 비중이 5.56%에 불과한 화학업종은 ‘차화정’ 랠리를 이끌던 2010년엔 12.17%였다.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종은 2000년 9.84%에서 현재 1.27%로 축소됐다. 자동차와 조선 분야가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은 반대다. 2000년 5.72%에서 현재 11.85%로 두 배로 커졌다.
핵심은 대형주만 바라보며 ‘국장’(국내 증시)을 탓하기보다 산업 지도의 변화를 읽고 시장을 주도할 만한 업종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작년 미국의 화장품 수입 1위국은 프랑스가 아니라 한국이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을 보면 K팝이 단기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총이 ‘톱5’에 올랐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수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KoAct K수출핵심기업TOP30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최근 상장했다. 수출기업으로 구성한 ETF인데도 삼성전자 비중은 3% 미만이다. 방위산업, 화장품, K푸드 등 차세대 수출 주도주가 주로 편입됐다. 제2의 바이 코리아 펀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신성호 증권부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