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제가 악질 상사라는 말이"…워크숍서 한 말에 '폭소'

입력 2025-07-31 17:28
수정 2025-07-31 17:29

이재명 대통령이 장·차관들과 만나 "오늘 새벽까지 한미 무역협정 타결을 위해서 애쓰신 우리 장관님들, 국무총리님 할 것 없이 일선 부서의 여러분들도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국민을 향해 한 걸음 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말 어려운 환경이다. 뭐랄까, 이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이가 흔들려서, 사실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인 줄 안다.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한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터트렸다.

이 대통령이 대미 관세협상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유머로 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국면에서 사실상 24시간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제 4년 10개월 남았다. 요즘은 일주일 단위로 시간이 가는 것 같다"며 "두 배로 일하면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과 같다"며 "참 좋은 대통령이기는 한데 아주 악질적 상사일 가능성이 많다, 걱정된다는 얘기도 꽤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또 폭소했다.

이어 "여러분께서도 국민에게는 칭찬받되 부하들한테는 원망은 듣지 않는 선에서, 악질적이지는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보통 지나가는 공직자를 보면 뒤에서 수군수군하며 흉을 본다"며 "공직을 하면서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다. 공적인 활동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이 반가워하며 함께 세월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인사 원칙과 관련해 △ 방향과 자세 △ 성실함 △ 기능적 역량을 언급하며 "이 세 가지를 다 갖추면 거의 완벽한 공직자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하 공무원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시라. 신선하고 현장성이 있거나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옛날 사람이 된다"며 "지휘 체계는 잘 유지하되 정서는 수평적으로 해야 대화를 한다"고 짚었다.

또 장·차관들에게 적극 행정 활성화를 위해 정책감사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적 행정에 형사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 돈을 받았다든지 권력을 폭력적으로 남용해서 질서를 어지럽혔다든지 하면 모르겠는데 툭하면 직권남용이라고 한다"며 "직권남용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고위 공직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금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퇴임하는 그 순간에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라며 "여러분 하기에 따라서 세상은 좋아질 수도, 나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