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뚝'…2분기 영업익 4000억원 그쳐

입력 2025-07-31 09:20
수정 2025-07-31 12:54
삼성전자가 2023년 4분기 이후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 충당과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對中) 제재 영향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전사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0% 이상 쪼그라들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TV 시장 경쟁 심화도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올 하반기엔 AI·로봇 산업 성장세에 따라 정보기술(IT) 시황이 개선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4조56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7%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이 기간 55.23% 줄어든 4조6761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의 경우 메모리 사업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으로 직전 분기보다 약 8000억원 감소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TV 시장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같은 기간 매출이 1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약 1조4000억원 줄었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매출은 2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2조원대 적자를 냈던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메모리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와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제품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해 서버 수요에 대응했다.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도 늘었다.

하지만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시스템LSI는 주요 플래그십 모델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온 칩(SoC)을 공급해 견조한 매출을 달성했다. 첨단제품 개발 비용이 늘어 수익성 개선엔 한계가 있었다.

파운드리는 직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매출이 개선됐지만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으로 재고 충당금이 발생했다. 또 성숙 공정 라인의 가동률 저하가 지속되면서 부진한 실적에 그쳤다.

DX부문은 매출 43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신제품이 출시된 올 1분기보다 판매량이 줄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견조한 판매가 이어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매출·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또 리소스 효율화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

네트워크는 해외 시장에서 매출 증가와 리소스 효율화해 직전 분기·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수익성이 개선됐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네오(Neo) QLED △OLED △초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됐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생활가전은 성수기에 진입한 에어컨 판매 호조, 고부가가치 AI 가전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만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올렸다. 오디오 판매 호조가 이어진 데다 전장 사업 비용 효율화가 이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은 6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달성했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신제품 수요와 IT·자동차에 공급되는 중소형 패널 판매 확대로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 늘었다. 대형은 게이밍 시장 중심으로 고성능 QD-OLED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판매가 확대됐다.

하반기엔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전 세계적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관측이다. 그러면서도 AI와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산하면서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는 D램의 경우 HBM, 고용량 DDR5·LPDDR5x, 24Gb GDDR7 등으로 AI 서버용 제품 수요 강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낸드는 8세대 V낸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서버 수요에 대응해 고용량·고성능 SSD 판매를 확대한다.

시스템LSI는 내년도 플래그십 라인업 진입을 목표로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미지센서는
초고화소·저조도 화질 개선 기술인 나노프리즘을 적용한 신제품 판매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GAA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신제품 양산을 본격화한다. 주요 거래선 판매 확대를 통해 가동률 향상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

MX는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Z폴드·플립7과 갤럭시S25 시리즈 등 플래그십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간다. AI가 강화된 갤럭시A 시리즈 신제품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확대한다.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의 경우 AI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확장현실(XR) 헤드셋과 트라이폴드 등
혁신 제품들을 연내 출시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한다. 네트워크는 신규 사업 수주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사업 경쟁력 회복을 추진한다.

VD는 시청 경험이 향상된 AI TV 라인업으로 성수기 수요에 조기 대응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AI 가전 판매 확대와 함께 냉난방공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한다. 또 공급지 최적화 등으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만은 소비자용 오디오 제품 판매를 늘리고 전장 매출을 늘려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소형 부문에서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은 안정적인 TV 패널 공급, 모니터 라인업 보강 등을 발판 삼아 QD-OLED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