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부진은 아내 탓?…이순철 한마디에 '일파만파'

입력 2025-07-30 19:48
수정 2025-07-30 20:04

"홈 경기 부진, 아내 탓" 이순철 발언 논란…"올해 가장 황당한 발언"

야구선수가 홈과 원정에서 극명한 성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내의 내조가 부족한 탓'이라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다.

야구선수 출신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지난 2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해설 도중 정철원(롯데 자이언츠·26)의 홈경기 부진 원인이 아내의 내조 부족에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날 롯데가 3-6으로 앞서고 있던 8회 초 필승조인 정철원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홈경기에 약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정우영 캐스터는 "정철원 선수가 홈경기와 원정경기에서 성적 차이가 있다"면서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 약간은 의식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해설위원은 "그렇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야구 외 다른 것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정철원 선수에게 애가 있지 않냐. 그러면 집사람이 케어를 잘 해줘야 하는데 와이프가 집에서 케어를 못 하면 리듬이 깨지고 홈에 와서 성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밤늦게까지 경기한 선수들이 아침에 늦잠을 자고 있으면 암막 커튼 같은 것을 설치해 낮이 아닌 것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야구선수들은 원정 경기하면 호텔에서 다음 날 아침 늦게까지 잔다. 호텔에서는 늦게까지 잘 수 있으니까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홈과 원정에서의 차이가 크게 난다면 아내의 관리와도 연관이 있다. 와이프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진이 계속되면 팬들의 시선이 아내에게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중계 직후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성 차별적 발언,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구팬들과 네티즌들은 "실시간으로 보다가 귀를 의심함", "가정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왜 함부로 얘기하느냐", "선수가 컨디션, 멘탈 관리 못 하는 게 왜 여자 탓으로 귀결되느냐", "올해 가장 황당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팬들은 "정철원과 가족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발언", "선수와 아내에게 사과하고 마이크 내려놓아라"라면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철원은 이를 의식한 듯 경기 후 아내 SNS 게시물에 "덕분에 올해 잘하고 있음. 집에서 만나"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정철원은 1점을 내주고 8회 2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김원중과 교체됐고, 경기는 4-6 롯데 승리로 끝났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