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레이스 본격화에도…국힘,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7-30 18:53
국민의힘이 30일부터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시작한다.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 따른 진통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간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조경태·안철수·장동혁·주진우 의원, 양향자 전 의원 등 6명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하는 등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 치러진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입당, 전당대회 입김을 위함 신천지 당원들의 집단 가입 의혹 등 악재가 거듭하면서 전당대회는 '계엄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는 모습이다.

당권 주자들의 경쟁 구도 역시 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으로 명확하게 갈렸다. 김문수 전 후보와 장동혁 의원은 '반탄' 주자로, 조경태·안철수·주진우 의원과 양향자 전 의원은 '찬탄' 주자로 꼽힌다.

전 씨는 당권 주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설정 등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겠다고 예고하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계엄과 탄핵'이 주요 주제가 될 것을 시사했다. 당장 반탄 후보들은 전 씨의 질문에 '답하겠다'는 입장을, 찬탄 후보들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밝혀 확연한 생각 차이를 드러냈다.

찬탄·반탄 후보 간 대결은 일반 국민들과 당원들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문수 전 후보와 장동혁 의원이 지지율 상위권을 차지하는 반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조경태 의원이 앞서나가며 당심과 민심이 극심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탄 vs 찬탄' 갈등이 전당대회 구도 전체를 지배하면서, 당 혁신 방향이나 외연 확장 논의는 사실상 실종됐다. 대선에서 패배한 뒤 '혁신'을 외치던 국민의힘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이 폐기되고, 안철수 혁신위원장 내정자의 시도가 무산된 이후 윤희숙 혁신위원장을 임명했지만, 그 혁신안마저 사실상 좌초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윤희숙 혁신위가 제안한 '계엄·탄핵 사과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보니까 개별적으로 구체적으로 그렇게 하는 거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한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를 새롭게 뽑는 국면에서 전 대통령 탄핵만이 이슈가 되는 현실이 처참하다"며 "당이 자정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는 당권을 누가 쥐느냐가 아니라, 당의 구성원들이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계엄과 탄핵을 겪고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 실시되는 전당대회인 만큼 어느 정도의 혼란은 예고된 것"이라며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결과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당내 갈등을 드러내는 계기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내달 22일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앞서 수도권·강원·제주, 충청·호남,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에서 4차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개최한다.

당 대표 후보자가 4명을 초과하면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한 예비경선을 진행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다. 이후 본경선은 다음 달 20~22일 진행된다. 본경선은 당원 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