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실은 ‘미국 투자 보따리’를 가져오라는데, 여당은 미국 투자 발목을 잡는 노란봉투법을 기어이 시행하려고 하니….”
29일 국내 한 조선사의 임원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미국에 약속한 투자가 노조 반발에 막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개정안에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조는 해외 투자나 공장 이전을 이유로 파업에 나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줘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해외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는 노란봉투법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건넬 ‘당근’으로 제안할 현지 공장 설립이 파업의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김홍성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국내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노조가 파업해도 노란봉투법에 따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하청기업 노동자의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원청기업이 교섭 당사자가 된다는 내용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조선업체들은 1000곳이 넘는 하청업체와 일하는 만큼 1년 365일 쟁의와 교섭 요구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경제 8단체는 “(관세)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시기에 국회가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며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우섭/곽용희/안시욱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