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사진)이 29일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배임죄 수사·기소로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를 엄격히 적용해 적극 행정을 가로막지 않도록 유의하라고도 당부했다.
정 장관은 이날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 수행 및 기업활동 과정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건 수사·처리 시 유의 사항’을 대검찰청에 전달했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법무부는 검찰의 상급 기관이지만 장관이 수사기관에 직접 지시를 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체적·개별적 사건 지휘가 아니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기업 경영상 시행된 전략적 결정을 사후에 광범위하게 배임죄로 수사 및 기소해 위험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기업인 사이에 수사받을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확산하면 경영 위축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배임죄 수사와 관련, 세간의 관심을 끈 최근 사례는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고, 관련 재판이 10년째 지속되며 기업 경쟁력이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을 기소한 검사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이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배임죄 수사에 따른 소송 남발 우려를 고려해 상법 개정안에 배임죄 완화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장관은 공직자 직권남용죄 수사에 대해서도 “정책적 판단을 사후 직권남용죄로 의율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소극 행정을 유발해 국민을 위한 창의적 업무 구현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신중한 사건 처리를 주문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도한 정책 감사의 폐단을 차단하고 적극 행정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직권남용죄가 남용되지 않도록 외국 입법례 등을 검토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공직자·기업인의 업무상 의사 결정과 관련한 사건 수사·처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고 축적된 판례에 비춰 관련 증거와 법리를 면밀하게 판단하라”며 “고발 등 수사 단서 자체로 범죄 불성립이 명백하면 사건을 신속히 종결해 공직 사회와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