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無黨)층이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가장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과거 대선 패배 직후 당권을 잡은 사례는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정당에서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있다. ◇ 金 국힘·무당층서 1위…전체는 조경태가 1위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음 달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다. 전당대회 본경선 룰은 당원 80%, 일반국민여론조사 20%다. 일반국민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민주당 지지층은 제외하고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다.
뉴시스가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조경태 의원(23.5%), 김 전 후보(16.8%), 안철수 의원(10.7%) 순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김 전 후보(34.9%), 장동혁 의원(19.8%), 조 의원(11.0%), 주진우 의원(8.8%)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는 김 전 후보(26.7%), 조 의원(12.6%), 장 의원(12.3%) 순이었다. ◇ "뭉쳐야 산다" vs "바뀌어야 산다"김 전 후보는 대선에 패배했을뿐더러 12.3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부에서 장관직을 지낸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부터 '뭉쳐야 산다'는 기조가 당원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영남 기반의 당원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후 민주당에 대한 반감, 부정 선거 의혹 등으로 이러한 기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3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김 전 후보가 최후 1인이 된 것도 결국 당원들의 이러한 심리가 반영된 탓이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최후 2인까지 올라가면서 '바뀌어야 이긴다'는 심리가 겨루기도 했지만 결국 당원들의 선택은 '단생산사(團生散死)'였다.
이에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전체 응답자 조사에서는 1위를 하고도,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3위로 김 전 후보의 3분의 1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중도는 왜 김문수를?정당 지지자가 아닌 중도 성향의 무당층 사이에서 김 전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데 대해선 '인지도'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애당초 이기기 어려운 지난 6.3 대선 과정에서 쌓인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 이미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10%포인트도 안 되는 격차로 지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이미지도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인사 논란 및 폭우대처 등 영향으로 중도층 사이에서 보수적인 색채가 다소 섞이면서 정부에 견제구를 던질 수 있는 '투쟁'의 이미지가 강한 김 전 후보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패배 후 구심점 필요한 시점집권이 목표인 정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사실상 '비상사태'에 놓이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 패배 후 바로 그 해 당 대표가 됐다. 보수 정당에서는 과거 이회창 전 총리와 홍준표 전 시장이 각각 1997년과 2017년에 대선 패배 직후 당권을 잡았다.
다만 김 전 후보의 최근 보수층 내 인기는 본인의 독자적인 선전이라기보다는, 윤 전 대통령의 팬덤에 더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의 경우 비교적 '팬덤'이 약한 편으로 평가되지만, 이들 세 명의 공통점은 대체로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당권을 잡은 이재명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대선 패배 직후가 아닌 추후에 당권을 쥐었던 문재인 전 대표도 대통령이 됐다.
반면 보수 정당은 당이 결집하고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내홍을 거듭하다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불안이 지속됐다.
이번 당내 경선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무선 100%)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