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한국인의 수면 시간과 식사 비율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면 시간은 1999년 첫 조사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한 비율도 모두 하락했다. 반면, 미디어 이용 시간은 5년 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은 28일 ‘202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민의 하루 24시간 활용 실태를 파악해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전국 1만 2,750가구의 만 10세 이상 약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이 이틀 동안 시간 일지를 작성해 이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중 약 절반에 가까운 시간(11시간 32분)을 수면, 식사 등 필수 시간에 썼다. 일과 학습, 가사 노동 등 의무 활동 시간에는 7시간 20분,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가 시간은 총 5시간 8분이었다.
수면 시간 첫 감소
수면 시간은 평균 8시간 4분으로 5년 전보다 8분 줄었다. 이는 1999년 조사 이래 최초 감소다. 당시 7시간 47분이던 수면 시간은 꾸준히 증가해 2019년 8시간 12분을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처음 줄어든 것이다. 수면 시간은 10대(-5분), 20대(-11분), 30대(-7분), 40대(-4분), 50대(-6분), 60세 이상(-14분)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24시간이라는 고정된 시간 안에서 미디어 이용이나 기타 개인 활동 시간이 늘어난 만큼 수면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 유튜브 등 미디어 소비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잠을 못 이룬 사람 비율은 11.9%로, 5년 전(7.3%)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잠을 못 이룬 시간은 32분으로 집계됐다. 평균 취침 시각은 11시 28분으로 5년 전보다 4분 늦어졌고, 기상 시각은 6시 59분으로 9분 빨라졌다.
식사 거르고, 혼밥 늘었다
식사 시간과 형태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근 5년간 평일 기준, 아침·점심·저녁 모두에서 식사한 사람의 비율은 각각 63.7%(-4.0%P), 85.6%(-0.8%P), 78.3%(-0.6%P)로 모두 하락했다. 고물가로 인해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혼자 식사한 비율은 모두 증가했다. 아침 식사는 41.7%(+2.9%P), 점심 26.9%(+1.4%P), 저녁 25.7%(+2.5%P)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와 사회적 고립감, 대인관계 스트레스 회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가 시간 절반은 미디어에
국민의 하루 여가 시간 5시간 8분 중 절반 이상인 2시간 43분이 미디어 사용에 쓰였다. 미디어 이용 시간은 5년 전보다 17분 늘어났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ICT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8분으로, 5년 전(36분)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분 좋은 활동 1위는 ‘식사하기’
한편, 평일 기준 가장 기분 좋다고 느끼는 활동은 ‘식사하기’(14.7%)였다. 이어 대면 교제, 걷기 및 산책, 개인 운동, 실시간 방송 시청 순이었다. 5년 전 조사에서는 1~2위가 같았지만, 이후 순위는 실시간 방송 시청, 퇴근, 간식 및 음료 섭취였다. 팬데믹 이후 정적인 활동보다는 신체 활동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