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리는 건설 현장의 안전 서류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안성원 대표(28)가 2025년 2월에 설립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설 안전을 전공하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과도하고 비효율적인 서류 업무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입찰부터 해체까지 건설의 전 밸류체인에서 안전 서류는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서류들은 노동부, 국토부, 본사, 감리,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해 요구되며, 각 기관의 템플릿이 통합되지 않아 서류의 양만 늘어나고 실무자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기술을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고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다양한 안전관리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 발생 시 대표자까지 처벌받는 규제 구조로 인해 서류 작성의 양과 책임은 더욱 증가했다. 많은 서류를 작성하다 보니, 실질적인 안전 관리를 위한 지도와 조언은 뒷전으로 밀려나며, 현장 관리자들은 ‘혹시 내가 놓친 서류는 없을까’, ‘제대로 작성하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린다. 결국 이 많은 서류는 안전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단순한 작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처음에는 안전관리자들이 서류 업무로 매일 야근하고, 그로 인해 현장을 돌보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수개월간 현직 안전관리자들을 인터뷰하며, 이 문제가 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어떤 현장들이 이런 문제를 겪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추적했습니다.”
페이퍼리는 현장 안전 관리뿐만 아니라, 설계 및 착공 준비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설계안전보건대장, 공사안전보건대장,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관리계획서, 설계안전성검토 보고서 등 다양한 안전 서류 작성 자동화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산업안전 컨설팅도 수행하며, 창업 2개월 만에 약 2,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페이퍼리의 경쟁력은 단순한 컨설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로 많은 컨설팅 및 기술지도 서비스가 생겨났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안전관리자가 혼자 모든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는 구조를 바꾸지 못합니다. 컨설팅을 통해 필요한 업무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작성 업무까지 지원하진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은 여전히 현장 관리자에게 남아 있습니다. 페이퍼리는 AI Agent가 실제 작성 과정에 참여해 초보 안전관리자도 베테랑 수준의 안전 업무를 수행하고 고품질의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페이퍼리는 ‘Giver’의 자세로 실무자 중심의 서비스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 안전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서류 양식과 자료를 모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동부 점검 일정, 중대재해발생 알림, 건설 안전 소식 등을 담은 블로그와 뉴스레터도 함께 발행 중이다.
“실무자들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며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뉴스레터 오픈율도 매우 높고, 자료실 링크로 안전 서류 서식을 공유하면서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매일 3~4개의 건설사에서 도입 문의가 들어옵니다.”
페이퍼리는 올해 20곳의 건설사와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를 시작해 2026년 초까지 B2B 고객사 100곳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목표 달성 이후 후속 투자 유치도 준비 중이다.
창업 후 안 대표는 “우리가 만든 솔루션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고객을 보면,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며 “고객의 야근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야근하더라도, 팀 분위기는 오히려 더 뜨겁고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퍼리는 안성원(CEO) 대표가 세일즈와 운영을 총괄하고, 여러 차례 창업을 경험한 김무종 이사가 AI Agent 설계와 제품 전략 리드를, LINE 개발자 출신 이채운 이사가 제품 및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안 대표는 “우리는 LLM 및 AI Agent 기술을 활용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90% 이상의 서류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안전관리자들이 서류 작성에 들이는 시간을 대폭 줄여, 본연의 임무인 ‘지도와 조언’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장기적으로는 건설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규제 대응, 비용 절감, 공기 단축을 실현하는 글로벌 No.1 Vertical AI Agent 기업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페이퍼리는 아이템을 인정받아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입주기업에 선정됐다.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대학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설립일 : 2025년 2월
주요사업 : 건설 안전 서류 작성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Agent
성과 : Pre-Seed 2억원의 투자,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선정, 청년창업사관학교 15기 입교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