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30일 08: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법안이 벤처투자 시장에 새로운 간접투자 모델로 떠올랐다. 그러나 제도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핵심 운영 지침이 빠진 ‘반쪽짜리 설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투자 비율, 모집 조건, 운용 주체, 세제 지원 등 실효성을 담보할 구체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선 제도가 실제로 작동 가능할지를 놓고 유보적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세부 운용지침 따라 실효성 좌우30일 증권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BDC 법안의 기본 틀에는 투자자 보호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를 위한 여러 장치가 포함됐다.
동일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지분 투자를 원칙으로 하되 대출 방식의 투자는 전체 자산의 50% 이내로 허용된다.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은 금지되며, 자산의 10% 이상은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을 통해 BDC 자산의 60% 이상을 주된 투자 대상 기업에 투자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는 40~50% 수준이 거론됐으나, 혁신기업 지원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투자 비율을 놓고는 시장의 의견이 엇갈린다. 지나치게 높은 비중은 참여 기관의 운용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고, 반대로 낮은 비율은 제도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BDC 설정에 필수적인 최소 모집가액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모집액은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중소형 운용사의 진입을 막고 자금공급 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 비중과 모집가액 등은 운용사가 BDC 제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 요인”이라며 “이런 요소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감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BDC를 운용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한 기준 역시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탈(VC) 등 다양한 금융기관에 인가를 허용할 방침이다. 인가 요건은 자본시장법상 현행 집합투자업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되며, 대주주 요건은 금융투자업 신규 인가보다 완화된 변경 인가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논의를 거쳐 VC가 운용 주체로 포함될 수 있도록 방향이 잡혔지만 자산운용사와 성향이 다른 만큼 향후 운용 성과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DC는 고위험 비상장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심사 역량과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벤처투자는 통상 10건 중 2~3건 정도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고위험 구조로, 운용사의 실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운용사의 자격 요건과 책임 범위에 대해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제도 안착 위한 유인책도 '공백'세제 지원 역시 제도 활성화의 핵심 변수다. BDC는 통상 수년 단위의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이를 견디게 할 유인책은 사실상 부재하다. 미국 BDC의 경우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적격 기업에 투자하고, 발생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면제받는다. 운용사가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도록 해 일반투자자 참여 유인도 높인 구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세제 혜택 논의가 필요하지만, 법안이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세부 설계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에 BDC에 금전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BDC는 폐쇄형 공모펀드인 만큼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자금이 필요해도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시장 환경 악화 시 배당 여력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DC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총자산의 100%까지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금전차입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운용사의 참여 유인이 낮은 제도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BDC가 한국형 벤처펀드의 유통시장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선 투자 규율뿐 아니라 실질 운용을 위한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며 “일반 투자자 대상의 세제 혜택, 펀드 구조, 매각 시 과세 기준 등 실무적 관점에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