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고 싶다면[서평]

입력 2025-08-03 10:01
수정 2025-08-03 10:02
글로벌 주식 투자 빅 시프트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지음│에프엔미디어│3만3000원일반 투자자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처럼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과 기업이 있다면 적어도 해당 산업의 밸류체인, 즉 기업 간의 연결 구조와 흐름에 대한 밑그림 정도는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특정 기업이 왜 시장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거나 주춤하는지, 새로운 기회와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맥을 짚을 수 있다.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중심을 잡는 힘 또한 밸류체인을 파악하는 데서 나온다.

- 16~17쪽 서문. 글로벌 투자의 ‘새 지도’를 그리다
“작은 파도 타려다가 익사한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매일 나오는 기업 발표와 시황 뉴스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할수록 안정적인 수익과 멀어지고 손실만 쌓일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가 큰 파도, 즉 주요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남보다 앞서 알아차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데 있다. 전문가의 식견은 기본이고 미리 내다보는 혜안이 요구된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면 적어도 메가 트렌드와 동행하면서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 책 글로벌 주식 투자 빅 시프트가 바로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하는 종합 지도다.

반도체 산업에서 예를 들면 A업체가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메모리반도체 제조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하이브리드 본딩이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반도체 밸류체인에서는 어떤 변화가 진행되는지 모른다면 해당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작은 파도만 탄 뒤 수익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 책의 7장을 읽은 투자자라면 과거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에서 회로 미세화를 통한 집적도 향상에 집중한 반면 이제 소재를 바꾸고 패키징에 변화를 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트렌드를 안다. 전공정 투자를 줄이는 것은 회로 미세화가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새로운 패키징 방식이다.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가 앞으로 상당 기간 하이브리드 본딩 같은 후공정에서 나온다면 A업체 주식을 매입해 중장기에 걸쳐 보유해야 할까? 이 결정을 하려면 다시 7장을 읽어야 한다. 이 챕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여러 종류가 있음을 설명한다.

이 책이 기획된 배경은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비율은 2019년 말 2.6%에서 2024년 말 17.6%로 15.0%포인트 급증했다. 이처럼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데 비해 글로벌 핵심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단편적인 뉴스에 따라 막연한 기대를 품고 해외 주식을 매수했다가 조급하게 매도하는 사례가 많다.

‘리서치 명가’로 정평이 높은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가 이 책을 내기로 결정한 까닭이다. 실시간 시장 뉴스나 기업 실적 속보에는 누구나 손쉽게 접한다. 그러나 산업 전문가인 애널리스트가 다년간 담당 분야 주요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축적한 깊고 넓은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포착한 변화의 변곡점은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로봇과 우주 등 분야를 위주로 새로운 밸류체인이 생겨나거나 기존 밸류체인이 크고 빠르게 바뀌는 시기다. 이런 거대한 흐름과 관련한 투자 지식을 개인 투자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들의 공감대이자 사명감이다.

분석 대상 산업은 16개로 모빌리티, 로봇, 우주, 에너지, 전력 인프라, 2차전지, 반도체, 전기전자, 금융, 게임, 엔터테인먼트, 조선, 운송, 제약, 화장품, 식음료 등 글로벌 주요 산업과 한국의 주력 산업을 망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