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李, 동족 흉내 피워도 대적 인식 변화 없어…마주 앉을 일 없다"

입력 2025-07-28 09:16
수정 2025-07-28 09:22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8일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동족 흉내를 피우며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 변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취임 이후 대북 확성기 중단 등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하의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 정부와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재명 정부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국제적 각광을 받아보기 위해 온갖 정의로운 일을 다 하는 것처럼 수선을 떨어도 조한(남북)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의 시계 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를 두고선 "이재명 (대통령) 집권 50여일만 조명해해보더라도 앞에서는 조선 반도 긴장 완화요 조한관계 개선이요 하는 귀맛 좋은 장설을 늘어놓았다"며 "한미 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 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조선 반도에 국가 대 국가 간 관계가 영구 고착된 현실"이라며 "해체돼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보아도 확실히 흡수 통일이라는 망령에 정신적으로 포로된 한국 정객의 본색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단행한 대북 방송 중단에 대해선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했다. 김여정은 "그 모든 것은 한국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거리들로서 어떻게 조처하든 그들 자신의 일로 될 뿐이며 진작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시기 일방적으로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극단의 대결 분위기를 고취해왔다"며 "인제 와서 스스로 자초한 모든 결과를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하였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산"이라고도 했다.

우리 정부가 오는 10월 말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옵서버(참관국)으로 초청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헛된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통상 김여정의 담화는 김정은의 뜻이 담겼다고 풀이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김여정의 담화와 관련해 "김여정은 '조한관계' '대적관계' 등을 보면 내용상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재확인했다"며 "다음 달 한미군사훈련이 남북관계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