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에…현대차 "200개 車부품 美서 조달 검토"

입력 2025-07-27 18:26
수정 2025-07-28 02:00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25%)에 대응해 현지 조달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차량을 만들더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한국산 부품에는 25% 관세를 물어야 하는 만큼 현지 조달 확대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빅3’(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와 일본 도요타도 똑같은 이유로 현지 조달 확대에 나선 만큼 ‘미국 관세발(發) 자동차 부품업계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4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공급망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부품 현지 조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200여 개 부품에 대한 최적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게 나은지, (미국에서) 현지 조달이 나은지, 현지에서 조달한다면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부품 업체를 변경하려면 품질·안전 점검도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부품 공급망 변경을 예고한 건 미국의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서다. 관세 탓에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8282억원, 7860억원 감소했다. 부품 관세도 여기에 한몫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 수준이다. 일본 혼다(62.3%), 도요타(53.7%)에 못 미친다. 현대차보다 부품 현지 조달률이 낮은 포드(40.1%)와 GM(31.1%)은 미국·멕시코·캐나다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로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커마다 기존에 거래하는 부품 업체들에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공급 물량을 늘려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현지 부품 조달률을 높이기로 결정하면 미국에 공장을 세울 여력이 없는 중소 부품업체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현지에 생산시설을 둔 업체로 거래처를 돌리거나 관세 부담의 일정 부분을 분담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서다. 국내 부품사들의 지난해 완성차 납품액(71조6584억원)의 90%는 현대차와 기아 물량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국내 중견·중소 부품사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미국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