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정부, 기류 변화…'마지노선' 농산물 카드 꺼냈다

입력 2025-07-25 20:00
수정 2025-07-26 01:42
대통령실이 25일 한·미 간 통상협상에 농산물 분야가 포함됐다고 공개한 건 한국 정부가 그동안 마지노선이라고 여기던 농산물에서 미국에 양보할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긴급통상회의에서 모든 대미 협상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 전략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서도 협상 타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소고기 시장 개방과 검역 절차 완화 등 미국 측 요구 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간 제조업·투자 패키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간 비관세 장벽(농산물·디지털) 분야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일본 같은 경우 주로 (러트닉) 상무장관 패키지 중심으로 타결이 됐다”며 “그리어 측 품목들은 그렇게 많이 포함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비관세 장벽보다 제조업·투자 패키지가 한·미 협상 타결에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먼저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의 합의 사항을 보며 대미 협상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대미 협상 전략을 수정하고 나선 건 일본과 협상을 타결한 미국 정부가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러트닉 장관은 24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일본의 합의 결과로 한국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농산물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정부가 감자, 사과, 베리류 등 미국산 작물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농산물 검역 절차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재개는 정부가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다음 카드다. 제품에 월령을 표기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미국 하원으로부터 온라인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해 우려를 담은 서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하원은 다음달 7일까지 법 제정에 따른 영향을 설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하지은/김형규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