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엠플라자’는 한가운데 넓은 로비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전형적인 쇼핑몰 구조였다. 2011년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는 이를 약 2400억원에 매입해 리노베이션했다. 임대료가 비싼 명동에서 낭비나 마찬가지였던 1층 중앙 로비를 과감히 없앴다.
에스컬레이터 위치도 바꿨다. 분리된 매장을 통합해 하나의 유기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유명 브랜드 대형 매장이 이곳에 자리 잡았고, 인베스코는 2015년 이 건물을 4200억원에 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김성순 부대표가 쓴 책이다. 엠플라자 사례처럼 건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소개한다.
서울 주요 상권의 특징도 분석한다. 제목의 ‘하이스트리트’는 인기 상권을 뜻한다. 저자는 서울의 명동·홍대·강남 등 전통 상권을 ‘메가 하이스트리트’, 성수·한남·도산 등 신흥 상권을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구분한다.
전통 상권과 신흥 상권은 대조를 이룬다. 강남과 명동은 건물이 높고 크다. 성수나 도산은 건물의 크기보다 특색 있는 외관을 자랑한다. 매장을 내는 기업의 전략도 달라진다. 나이키나 애플 등 잘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 기업은 임차료가 비싸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동이나 홍대, 강남 등에 플래그십 매장을 낸다. 저자는 전통 상권을 야구의 메이저리그에 비유한다. 글로벌 대형 기업의 각축장이다. 신흥 브랜드가 이곳에 큰 매장을 내는 것은 신인 선수가 등판한 것처럼 화제가 된다.
신흥 상권은 트렌드와 유행을 담아내는 거울 같다. 개성을 뽐내고 싶은 브랜드들이 들어선다.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르디 메크르디 등이 성수, 도산 같은 신흥 상권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상권 중 어디가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브랜드와 소비자 특성이 다양한 만큼 상권도 다양해야 한다. 다만 건물을 세우고, 공간을 기획하고, 매장을 내는 입장에선 이런 차이를 알아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서울 상권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정리했다. 분석은 다소 피상적이다. 구체적인 수치 등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부족한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