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불법 이민 단속에 협조해야"…'민주당 텃밭' 뉴욕시에 소송

입력 2025-07-25 15:33
수정 2025-07-25 15: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비협조적인 뉴욕시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의 자치 경찰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연방 정부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뉴욕시 외에도 뉴욕주, LA, 콜로라도주, 일리노이주 등에도 같은 이유로 소송장을 연방법원에 접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ICE가 현지 경찰 등의 협조가 없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당 텃밭인 지역을 정치적으로 길들이기 한다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불법 이민자 정보 제공해야”

미국 법무부는 24일(현지시간) 뉴욕시의 ‘보호도시 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뉴욕시의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 현지 경찰 등이 ‘보호도시 정책’ 때문에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보호도시 정책’이란 지방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해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적극 협조하지 않도록 행정력 등을 제한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ICE가 경찰에 구금된 이민자에 대해 “출소하지 말고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지방 경찰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경찰, 교사, 공무원 등 시 소속 직원이 주민의 이민 신분을 질문하거나 확인하는 것을 금지한다. 학교·병원·쉼터·법원 등 공공시설에서 ICE 요원의 출입을 제한한다. 또한 지역 예산으로 연방 이민 집행을 지원하지 않는다.

연방정부는 특히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들이 구금될 경우, 이들의 석방일을 비롯해 △법정 출석일 △구금 상태 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혹은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를 출소 직후 곧바로 체포해 추방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서다. 또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이민자가 위험인물인 지를 식별하고 추방 대상자를 지정하는 데도 해당 정보가 필요하다.

만일 이런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ICE는 불법체류자를 찾기 위해 직장, 가정, 쉼터 등에 급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긴장이 조성되면 과거 LA에서처럼 이민자 지역민 등과의 갈등이 커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LA에서 이민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것도 ICE가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 등을 급습하면서 지역민과 이민자들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텃밭 압박특히 뉴욕시 맨해튼에서 지난 19일 비번이던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 순찰 요원이 불법체류자에게 총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호도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범인 2명이 모두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불법체류자로 강도화 폭행을 수차례 저지르면서 체포됐다가 풀려났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놈 연방국토안보부 장관과 톰 호먼 국경 책임자는 21일 뉴욕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 전과가 있는 이민자들을 거리로 풀어주는 피난처 도시정책으로 뉴욕시가 계속 위험해지고 있다”며 “뉴욕시 안전을 위해 ICE 요원 투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소송을 통해 민주당 텃밭 지역에 정치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뉴욕시 전에도 LA시와 콜로라도 주, 일리노이 주 등도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지역도 뉴욕시와 마찬가지로 ‘보호도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소송으로 이민 단속은 연방 정부의 권한이며 지방 정부는 여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법적 선례를 만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소송에서 연방 정부가 승소하면 다른 도시 혹은 주들도 보호도시 정책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