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백기사' 베인캐피탈, 브릿지론 인수금융으로 차환 완료

입력 2025-07-25 15:32
이 기사는 07월 25일 15: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베인캐피탈이 지난해 일으킨 브릿지론(단기성 자금 대출)을 인수금융으로 리파이낸싱(차환)했다.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10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백기사로 나서며 단기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해 고려아연 지분 매수에 나선 바 있다. 해당 자금이 장기 대출로 전환되면서 고려아연 분쟁도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지분 매수 관련 브릿지론 3700억원의 이달말 만기를 앞두고 인수금융으로 차환했다. 처음 브릿지론을 주선했던 한국투자증권이 리파이낸싱 주선도 맡았다.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베인캐피탈과 연합을 구축했다. 당시 베인캐피탈은 4300억원을 들여 공개 매수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1.41%를 확보한 바 있다. 이중 3700억원 가량이 브릿지론으로 조달됐다. 이번 인수금융 규모는 한국투자증권이 주선한 3700억원과 베인캐피탈이 자기자본으로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 1300억원 어치를 더해 5000억원 안팎으로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금융 금리는 연 6% 초중반대로 알려졌으며 만기는 4년 6개월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금융 금리가 일반적인 시세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수금융은 통상 연 5%대 내외로 주선되고 있다. 이는 브릿지론 조달 시점부터 인수금융 전환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조건을 설정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후 인수금융으로 전환되면서 금리 등 조건 변경이 크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런 조건이 베인캐피탈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상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기 이전에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더 낮은 금리로 타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 분쟁에 거리를 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을 도울 의도였다면 시중의 일반적인 금리만큼 인수금융 제공 금리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분쟁 초기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최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고려아연측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존 시각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 회장 측이 직접 진행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서 주관사를 맡지 않았다. 20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기업어음(CP) 발행에서도 CP의 발행 주관만 맡는 등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 지분(0.8%) 전량을 매각하기도 했다. 주요 의사결정에서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 것이다.

한편 고려아연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중인 MBK파트너스도 지난 5월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조달한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했다. MBK는 지난해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최대 1조7150억원의 한도대출을 받은 바 있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데다, 고려아연 주가가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해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NH가 연장에 동의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려아연 측과 MBK측 모두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실탄'을 확보하면서 분쟁은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