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멈추지 않아"…눈과 귀 씻겨주는 탭댄스의 향연 '브로드웨이 42번가' [종합]

입력 2025-07-25 08:53
수정 2025-07-25 08:54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혼을 쏙 빼놓는 탭 댄스의 향연으로 올여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시원하게 씻겨줄 유일한 작품이 될 것이라 자부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박칼린, 박건형, 최현주, 윤공주, 유낙원, 최유정, 장지후, 기세중, 전수경, 백주희 등이 참석했다.

작품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브로드웨이의 중심인 42번가에서 무대를 향한 열망을 놓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설적인 연출가 줄리안 마쉬, 디바 도로시 브록,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화려한 쇼 뮤지컬이다.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전작으로, 쇼 뮤지컬의 바이블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1996년 초연한 이후 30여년간 여러 차례 관객들과 만나며 뮤지컬 스타를 숱하게 배출해 냈다.

초연 때부터 작품을 함께했던 전수경은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고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올드하게 다가갈 수 있다. 배경도 100년 전 이야기인데다가 탭댄스도 클래식하지 않나"라면서도 "제작사가 바뀌면서 혼을 불어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춤의 기술, 앙상블이 주는 화려한 쇼가 외에도 새 단장을 하면서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더 넣었다. 서로 맞물려 들어가는 하모니를 추가했고, 무대 장치도 매 시즌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30년간 작품이 꾸준히 발전해왔음을 강조했다.

페기 소여 역의 유낙원은 2018년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인연이 있다. 당시 앙상블로 시작해 주연 자리까지 오른 그는 "오디션 1지망이 페기 소여였다.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역할이었다"며 "앙상블로 출연할 때도 백스테이지에서 페기 소여가 나오는 장면의 춤을 따라 춰보고, 대사도 뱉었던 기억이 있다. 항상 우러러보던 페기 소여의 모습을 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고민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음악감독이자 연출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박칼린은 젠더 프리로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며 오랜만에 배우로 복귀했다. 그는 "캐릭터가 맞으면 한다"면서 처음에는 도로시 브록 역할을 제안받았다가 줄리안 마쉬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그는 불확실한 감정이 생길 때마다 대본을 읽었다면서 "대사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역할이다. 공연을 3주 남기고 '잘하는 짓인가'라는 고민까지 했다. 대본을 계속 보면서 분석했다. 전수경 언니한테도 계속 물어보고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달려왔다"고 밝혔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건 다 인원 배우들이 쉼 없이 선보이는 탭 댄스다. 힘 있고 리듬감 넘치는 탭 사운드는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극 중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인 빌리 로러 역의 기세중은 "다른 뮤지컬보다 저희 작품이 가장 많은 땀을 흘렸다고 자부할 수 있다. 연습실에서 계속 바닥을 닦아야 했다. 땀이 후드득 떨어졌다. 지쳐도 발을 멈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의 노력이)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커튼콜 때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3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고 탭한 거 감동적이고 고마웠다'는 박수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관객분들도 최선을 다해 즐겨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연의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최유정은 "탭댄스가 처음이라 어려웠다. 앙상블 중에도 탭댄스를 처음 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연습하고 집에 갈 때면 '나만 잘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더라. 모두 잘 해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전우애가 생겼다"며 웃었다.

박칼린은 "이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나도 탭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패닉이 왔다. 탭슈즈를 꺼내 보기도 했다. 그 정도로 탭이 쉬운 게 아니다. 탭이 없는 역할이라 안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의 합과 실력에 놀랐다면서 "공연이 6, 7주 남았을 때 손뼉을 칠 정도로 다 해놨더라. 안무선생님이 생님이 큰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극찬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 외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탄탄하다고 자부한 배우들이었다. 최현주는 "쇼적인 게 배경이지만, 사회초년생의 성장·선배들이 바라보는 시각·떠날 때가 온다는 것과 내려놓음 등 우리의 삶이 다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면서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공주 또한 "탭이라는 군무와 화려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연습하면서 그 안에 드라마가 되게 풍부하다고 느꼈다. 드라마도 꽉 채워져서 눈과 귀가 시원해지고, 가슴은 따뜻해질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30년 넘게 작품이 올라온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고, 또 점점 더 발전된 것 같다. 그 어느 시즌보다 지금이 최고의 '브로드웨이 42번가'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장지후는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박칼린은 "깔끔, 완벽, 심플하지만 많은 걸 얻고 가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박건형은 "행복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는 9월 14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