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 "그림은 나 자신과 치열하게 대면하는 과정"

입력 2025-07-24 16:02
수정 2025-07-24 16:57


한국경제신문의 프리미엄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가 오프라인 문화예술 강좌 프로그램 ‘아르떼 살롱’을 론칭했다. 다양한 예술 분야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강연과 토크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첫 무대는 배우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박신양과 미술사학자 안현배가 장식했다.

2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첫 아티스트 토크에선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주제로 박신양 작가의 예술 여정과 내면의 이야기, 그리고 미술 철학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아르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받은 120여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연기파 배우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박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고, 2023년 개인전 ‘제4의 벽’을 통해 본격적으로 화가로 데뷔했다. 이후에도 유화와 판화를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 초대전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해왔다.

이날 강연은 오스트리아 표현주의와 빈 분리파 작가들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책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을 함께 펴낸 바 있다. 에곤 실레 등 당대 작가들의 예술적 태도와 그림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박 작가 본인의 창작 동기와 예술에 대한 질문으로 대담이 확장됐다. 관객의 질문과 작가의 깊은 대답이 오가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 예술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이어졌다.



박 작가는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부족해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냐’고 묻는 관객의 질문에, “어느 날 러시아에서 만났던 친구가 너무 그리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정체가 궁금해졌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한 감정을 끝까지 파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그림을 그리며 밑바닥이 시작된 지점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며 내면의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림을 그릴 때는 어떤 규칙도 없이, 자유롭게 감정을 풀어놓는다. 날것으로 있는 궁금증과 흥미로움을 기반으로 돌진하듯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면의 변화는 늘 일어나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결국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얼마만큼의 자유를 추구해도 되는가, 얼마나 솔직해져도 괜찮은가 같은 질문을 끝없이 던지게 된다. 그런 질문을 해도 되는 것이 예술이고,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나에게는 그림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한 30대 여성 전서형 씨는 “마치 잠시 영혼이 다른 세계를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며 “배우로서의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깊이가 느껴졌다. 그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김모 씨는 “배우 박신양이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건 몰랐다”며 “예술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아르떼 살롱은 앞으로도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문화예술의 경계를 넓혀갈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공연예술가 남인우가 ‘경계의 아슬아슬한 탄생?여성으로 예술가로’를 주제로 전통예술과 젠더,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9월에는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가 ‘나를 구원한 창조적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10월에는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무용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발레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어 11월에는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구본창이, 12월에는 성수영 미술전문기자가 인상주의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강연을 이어간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