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날개' 단 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영업이익률 40% 넘겼다 [종합]

입력 2025-07-24 10:20
수정 2025-07-24 10:25
SK하이닉스가 또다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보다 2배 이상 많이 벌어들였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수요가 몰리면서다. 업계 일각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되면서 내년에 제품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각국에서 추진하는 '소버린 AI' 전략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매출 22조2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이 기간 68.5% 늘어난 9조2129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1%. 순이익은 6조9962억원으로 순이익률이 31%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적극 투자한 영향이 컸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진 것. D램·낸드플래시도 예상을 뛰어넘는 출하량을 나타냈다. 특히 D램의 경우 5세대 HBM인 HBM3E 12단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데다 낸드도 모든 응용처에서 판매량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독주 체제를 더 굳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보다 2배 이상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3개 분기 연속 따돌렸다. 1분기엔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매출 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가 이 기간 점유율 36%로 삼성전자보다 2%포인트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2분기 메모리 매출은 양사 모두 각각 155억달러(21조3400억원)를 달성해 공동 선두를 달렸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분기 HBM3E 세계 최초 양산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했다.

단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HBM 제품을 경쟁적으로 공급하게 될 경우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HBM 경쟁이 가열되는 만큼 공급자 우위인 HBM 시장이 '구매자 우위'로 재편된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경쟁이 심화되고 SK하이닉스의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고객사로 가격 결정권이 점차 이동하면서 내년엔 HBM 가격이 처음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 내년 HBM3E 가격은 올해보다 약 30% 떨어지고 6세대 HBM인 HBM4가 갖는 가격 프리미엄도 이전 세대의 45%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가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AMD·브로드컴 등에 HBM3E를 공급하는 성과를 냈고 하반기엔 6세대 HBM인 HBM4를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 분기엔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엔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하기도 했다.

물론 시장 선두 지위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가장 먼저 공급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수한 제품 경쟁력과 양산성을 토대로 (HBM을) 전년보다 2배 성장시킨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HBM4에서도 업계 선두의 제품 경쟁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도 확대한다. 올해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송 사장은 "원활한 HBM 수요 대응을 위한 것"이라며 "주요 고객과의 논의를 거쳐 내년 공급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해 일부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흐름도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추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에서 소버린 AI 구축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를 늘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연내 서버용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기반 모듈 공급을 시작한다. 현재 16기가비트(Gb)로 공급하고 있는 AI 그래픽처리장치(GPU)용 그래픽 D램인 GDDR7은 용량을 확대한 24Gb 제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AI 메모리 제품군을 다양화해 AI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히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낸드는 수요에 맞춘 신중한 투자 기조와 수익성 중심 운영을 이어간다. 향후 시장 상황 개선에 대비한 제품 개발도 계속해서 추진한다. QLC 기반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를 확대하고 321단 낸드 기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