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세컨즈·탑텐 맹추격에…위기의 H&M

입력 2025-07-24 17:34
수정 2025-07-25 00:59
전 세계 ‘톱3’를 자랑하는 스웨덴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H&M이 글로벌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최근엔 트렌드를 좇지 못해 가격 포지션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4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H&M 운영사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지난 6월 카드결제 추정액은 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2월과 4월에는 하락폭이 각각 25%, 14.5%에 달했다.

H&M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H&M의 2분기(3~5월 기준) 매출은 567억크로나(약 8조1700억원)로 전년 동기(596억크로나)보다 4.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0억크로나에서 59억크로나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1.9%에서 10.4%로 떨어졌다.

H&M은 국내에서 핵심 쇼핑몰 등에 자리 잡고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등 국내외 SPA 브랜드와 경쟁해왔다. 2010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 패션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명 패션쇼 런웨이에서 볼 법한 트렌드를 한두 달 만에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명동 1호점에 수천 명 인파가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유니클로가 성장하기 시작하고 국내 브랜드도 SPA 트렌드를 빠르게 좇아가며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선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위축되는 모습이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저가 패션으로 가기에는 에잇세컨즈, 탑텐 등 국내 SPA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고 프리미엄으로 가기엔 소재와 디자인에서 차별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여성복을 부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H&M은 글로벌 표준 사이즈를 생산한다. 유니클로 등 다른 해외 SPA가 한국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따로 내놓는 것과 다르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6월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카드결제 추정액은 1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