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굿즈 입고, 원샷 치맥과 '찰칵'…이곳은 전국 최대 노래방

입력 2025-07-24 17:39
수정 2025-07-25 16:41

서울 잠실야구장이 변하고 있다. MZ세대 야구 팬덤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면서 도시를 빛내는 문화 중심지가 됐다. 응원은 개성의 표현이 됐다. 치킨과 맥주, 굿즈와 인증샷이 어우러진 직관은 이들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함께 쓰는 잠실야구장은 상징성이 크다. 야구에 열광하는 MZ세대MZ세대가 야구에 열광하는 것은 경기 승패 때문만은 아니다. 야구장 안에서 먹고, 찍고, 응원하는 과정 그 자체를 이들은 하나의 놀이로 여긴다. 치킨, 삼겹살, 맥주 등 야구장 특유의 먹거리는 관람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잠실야구장에는 맥주컵에 치킨, 감자튀김 등을 얹어 판매하는 ‘원샷’ 메뉴까지 등장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3~4시간 동안 한 번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연이나 뮤지컬보다 저렴한 가격에 경기부터 응원,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의 확산도 한몫했다. 경기장 직관 인증샷, 유니폼 코디, 선수별 응원 굿즈 리뷰까지 콘텐츠는 쉴 새 없이 생성되고 있다. 구단에서도 팬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경기 전후 선수들이 훈련하거나 서로 대화하는 장면 등을 숏폼으로 제작해 SNS에 올린다. 이런 콘텐츠화는 아이돌 팬덤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특정 팀이나 선수를 ‘최애’로 두고 응원 문구를 외치거나 생일카페 이벤트를 여는 등 팬덤 활동은 K팝 문화와 닮아 있다.

MZ세대 중에는 새롭게 야구에 빠진 이들도 있지만 ‘응원은 곧 가족의 전통’이라는 팬도 있다. 2000년대 초 부모 손을 잡고 잠실야구장 경기장에 오가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유니폼을 사고 응원가를 부르며 같은 팀을 응원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LG 트윈스 팬인 신유정 씨(25)는 “할아버지부터 MBC 청룡(현 LG 트윈스) 팬이었고 아버지는 MBC 청룡의 어린이 회원이었다”며 “우리 집은 3대째 LG 팬”이라고 말했다. 야구장 풍경이 바뀌다MZ세대가 야구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야구장은 가득 차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구단 경기를 제외하고는 빈 좌석이 많았지만 이제 주말 경기는 매진이 일상이 됐다. 특히 잠실야구장은 평일에도 예매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2019년 728만 명에 달하던 관중은 지난해 1088만 명으로 훌쩍 뛰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각각 139만 명, 130만 명의 팬을 잠실로 끌어모았다.

관중석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형형색색의 유니폼, 스페셜 에디션 굿즈, 선수 얼굴이 인쇄된 부채와 손팻말 등 개성이 넘치는 응원 아이템이 응원석에 가득하다. 과거에는 홈 유니폼과 원정 유니폼 등 두 가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주를 이뤘다면, MZ 팬은 유니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두산 베어스는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 곰’과, LG 트윈스는 ‘잔망루피’ 등과 협업한 상품을 내놓으며 MZ 팬의 취향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첨단 QR코드로먹거리 문화도 진화했다. 잠실야구장에는 치킨, 곱창, 떡볶이,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가 마련돼 직관의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관람 중간중간 음식을 즐기려는 팬이 늘어나자 야구장 운영도 바뀌었다. 잠실야구장에서는 관중이 좌석에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음식을 주문하면 조리 완료 시 알림을 받아 매점에서 픽업할 수 있다. 줄을 설 필요 없이 원하는 타이밍에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먹는 재미까지 효율적으로 즐기려는 MZ세대 취향에 맞춘 시스템이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