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14억 인도서 대박 조짐…폭염에 찾은 선크림 뭐길래

입력 2025-07-28 09:24
수정 2025-07-28 10:02

"앞으로 10년 안에 인도는 한국 화장품의 최대 소비시장이 될 겁니다."

라디카 가이 카인드라이프(Kindlife)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도 1세대 여성 유니콘 창업자로, 2011년 전자상거래 플랫폼 ‘샵클루즈(ShopClues)’를 공동 설립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키운 인물이다.

그는 7년간 몸담아 대형기업으로 키운 샵클루즈를 매각한 후, 2021년 개인 맞춤형 뷰티·웰니스 플랫폼인 카인드라이프를 새롭게 창업했다.

현재 카인드라이프는 1000여 개 브랜드, 약 1만2000개 제품이 입점한 인도 뷰티 플랫폼 중 하나로, 전체 매출의 약 70%가 K뷰티 제품에서 나온다.

▷K뷰티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오랫동안 K뷰티 제품을 즐겨 써온 소비자였습니다. 그러다 한국 화장품에 좋은 성분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K뷰티 전용 플랫폼을 만들려 한 건 아니었지만, 고객들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아 자연스럽게 K뷰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습니다. 이후 직접 한국을 찾아 여러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시장을 키우게 된 것이죠."

▷K뷰티가 인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K콘텐츠의 감정적 공감대가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팬데믹 기간 인도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한국 여주인공과 북한 남성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분단을 겪은 인도-파키스탄 상황과의 유사성에 깊은 공감을 했죠. 이후 K드라마, K팝을 소비하던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K뷰티 제품까지 사용하게 된 겁니다."

▷인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K뷰티 제품은 무엇인가요?

"기초 화장품인 세럼과 토너가 가장 인기입니다. 특히 코스알엑스의 달팽이 세럼, 조선미녀의 쌀토너 등이 잘 팔려요. 그다음은 자외선차단제입니다. 미백 기능보다는 보습감 있는 선크림이 선호돼요. 미백 기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들과 달리 인도 소비자들은 '내 피부 톤을 그대로 살리는'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인도 시장을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는가요?

"14억 인구 중 약 11억 명이 1980년 이후 출생자이고 평균 연령은 28세에 불과합니다. 젊고 디지털에 익숙한 인구가 핵심 소비층이라는 점이 인도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접하고, SNS를 통해 트렌드를 소비합니다. 실제로 인도에는 유튜브 사용자만 5억 명, 인스타그램은 4억5000만 명에 달하죠. 이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K뷰티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스킨케어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카인드라이프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회사의 핵심 운영이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는 점입니다. 단순히 뷰티 쇼핑몰이 아닌 AI를 활용해 고객 소비를 돕습니다. 자체 앱에서 고객이 피부 고민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인도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잠재 유망 K브랜드를 조기 발굴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 외에도 자체 브랜드도 개발 중이시라고요.

"맞습니다. 한국의 ODM (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와 협력해 Z세대(1997~2012년 출생자)용 색조 브랜드를 준비 중입니다. 립스틱, 쉐도우, 블러셔 중심으로 개발 중인데, 한국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인도 피부 톤에 어울리는 컬러를 적용한 게 특징이에요. 합리적인 가격대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인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화장품 기업에 조언해주신다면요?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세요. 제품만 보내고 판매되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오래 못 갑니다. 인도는 지역마다의 문화차이가 크기 때문에, 진입 초기부터 현지화 전략과 마케팅 방향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인드라이프의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과 인도를 잇는 대표 플랫폼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인도 진출을 원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게이트'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K브랜드를 다른 신흥 시장으로도 연결해주고 싶어요."

▷끝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한국과 인도는 이미 좋은 외교·산업 파트너십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를 '작은 시장'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도 시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소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