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원 소비쿠폰' 인증한 귀화 여성…"내 세금 토해내" 혐오 확산

입력 2025-07-24 17:15
수정 2025-07-24 19:21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가운데, 귀화한 결혼이주여성이 이를 인증했다가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의 타깃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3일 캄보디아 출신의 결혼 이주 귀화 여성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사해요 대한민국"이라는 글과 함께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선불카드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45만 원짜리 선불카드 1장과 20만 원짜리 카드 2장이 담겨 있었다. 총 85만 원 규모다.

이는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으로 40만 원을 받은 데다, 충남의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거주자 자격으로 5만 원을 추가 지급받은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가족 2인에게 지급된 20만 원짜리 카드 2장도 A씨가 일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대원 수에 따라 선불카드를 한 명이 대표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자 "내 세금 토해내라", "한국에 뭘 해줬다고 85만 원을 받아가냐", "이래서 결혼 이주 반대한다"는 등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는 피부색과 출신 국가를 문제 삼아 인종 차별적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심지어 "세금도 안 내는 외국인에게 왜 혜택을 주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애초에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내국인과 함께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난민 인정자(F-2-4) 등은 예외적으로 포함했다. 이들 역시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소득세·지방세·사회보험료 등을 성실히 납부하는 '납세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씨는 외국인이 아니다. 지난 2월 20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다. 지급 조건을 모두 충족한 '합법적 수혜자'임에도 낙인찍혀 온라인 혐오의 표적이 된 셈이다.

귀화 사실이 알려지자 "무분별한 혐오에 상처받지 말길 바란다", "가족들과 맛있는 거 드세요", "당신은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 "여기 달린 악플들 내가 다 미안하다" 등 응원 댓글도 이어졌지만, 제노포비아 적 혐오 표현은 여전히 SNS와 커뮤니티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한편 이번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 포함된 외국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외적으로 포함된 난민 인정자의 경우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총 1544명에 불과해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은 미미하다. 이들이 모두 소비쿠폰을 받는다 해도 지급액은 2억3160만~8억4920만 원 규모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