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비 수억 냈는데…AIDT 업체, 교과서 퇴출 위기에 분노

입력 2025-07-23 17:48
수정 2025-07-24 00:29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의 ‘교과서’ 지위가 흔들리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천억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진 사업이 위기에 직면하자 AIDT 발행사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AIDT 교과서 지위 박탈 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연단에 올라 “정부를 믿고 AI 교과서 개발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교육 자료’로 지위를 바꿔버리면 어떡하라는 거냐”고 호소했다. ◇발생사들 구조조정 돌입 23일 교과서업계에 따르면 12개 발행사는 AIDT 지위가 교육 자료로 바뀌면 채택률이 낮아져 재정 압박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사별로 콘텐츠 개발을 위해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투입해서다. AIDT 최다 종수를 보유한 천재교과서의 2023년 영업이익은 190억원에서 2024년 118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시기는 교과서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AIDT 콘텐츠 개발에 착수한 시점과 맞물린다.

대부분의 발행사는 고육지책으로 올해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천재교과서는 올 3월부터 이러닝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2월 전체 인력의 30%를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비상교육도 ‘온리원’ 스마트학습 사업부를 축소하고 인력 재배치와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교과서 지위가 박탈되면 AIDT를 채택하는 학교 수가 줄어들면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부 발행사는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AIDT가 이미 교과서 범주에 포함됐고, 이에 근거해 정식 검정 절차까지 마친 만큼 법 개정으로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발행사들은 헌법 제13조의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으로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검정 수수료 12억원 냈는데”특히 불과 두 달 전 교육당국이 교과서 검정을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은 가운데 정책이 뒤집힐 위기에 처하자 발행사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마감한 ‘영어과 AIDT 검정’ 공고에는 총 31건이 접수됐다. 발행사들이 평가원에 납부한 검정 수수료는 총 12억7600만원에 달한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정책을 이렇게 뒤집을 거였으면 검정은 왜 그대로 진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 교육당국만 수수료를 챙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은 이번 검정이 절차상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과서는 현장 적용 1년6개월 전에 검정 공고를 해야 한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AIDT는 검정 공고 당시까지 교과서로 분류돼 있었던 만큼 규정에 근거해 검정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AIDT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교육 현장 혼란 우려로 상정을 일단 연기했다.

AIDT의 지위가 교육 자료로 바뀌면 각 학교는 기존 교과서 계약을 해지하고 교육 자료로 재계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절차 등 복잡한 전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