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선, 벌크선 등의 신조선가(조선사가 선박을 새로 제작해 판매하는 가격)가 올 들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선박 종류, 크기와 관계없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자 글로벌 조선산업의 ‘피크아웃’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23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원유 등을 운송하는 탱커선의 신조선가는 가장 많이 쓰이는 중형 크기를 기준으로 척당 평균 8336만달러(약 1150억원)다. 올해 초만 해도 8624만달러였는데 매주 추세적으로 하락해 약 7개월 새 3.3% 떨어졌다. 초대형 탱커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 1억2633만달러이던 신조선가가 1억2386만달러로 2% 하락했다. 소형은 4935만달러에서 4770만달러로 3.3% 떨어져 하락폭이 더 컸다.
철광석·석탄 등 산업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도 모든 크기의 선박이 함께 내렸다. 중형은 올해 초 3848만달러에서 3644만달러로 5.3%, 대형은 7300만달러에서 7132만달러로 2.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형은 3165만달러에서 2999만달러로 5.2% 하락했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가 가격 하락 압력을 키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체의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조선 계약이 이뤄지는 선박은 2028년 이후 제작이 시작된다.
아직 가격 하락폭이 크지는 않지만 일정한 하락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선박 제조량 2위인 국내 조선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8년 이후 실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