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가 3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 규모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꺾인 미술시장이 3년째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23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2025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9개 미술품 경매사가 연 경매의 총 낙찰액은 약 557억원에 그쳤다. 시장이 호황이던 2022년 1446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63억원)과 비교해도 16%나 감소했다. 경매 출품작 수도 15% 감소한 1만437점에 그쳤다.
불황 속 경매사들의 순위에는 지각변동이 일었다. 케이옥션은 낙찰총액(약 252억원)을 지난해 대비 2% 늘리며 상반기 선두 경매사로 올라섰다. 서울옥션은 낙찰총액이 313억원에서 210억원으로 줄며 1위 자리를 내줬다. 1월 오프라인 경매를 건너뛴 영향이다. 다만 서울옥션은 5월 경매에서 이우환의 300호 크기 대작 ‘다이얼로그’를 16억원에 낙찰시키며 올 상반기 10억원 넘는 작품을 판매하는데 성공한 유일한 경매사가 됐다.
온라인 경매 시장의 성장은 위안거리였다. 서울옥션의 온라인 낙찰액은 21억원에서 62억원으로, 케이옥션은 36억원에서 52억원으로 급증했다. 평균 낙찰가는 2899만원으로 전년(1533만원) 대비 89.1% 증가했다. 온라인 경매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접근성이 개선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외 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글로벌 3대 경매사의 상반기 총 낙찰액은 39억8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했다. 특히 영국 런던 미술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런던에서 열린 경매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32.5% 급감하며 10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뉴욕 경매 낙찰총액이 1.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뉴욕 프리즈, 스위스 아트바젤 등 주요 아트페어와 글로벌 경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연초 보고서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제기했으나,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