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에 낙태한 경험담을 유튜브에 공개해 논란이 됐던 산모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낙태죄 처벌 규정의 입법 공백을 악용해 병원과 브로커들이 무분별한 임신중절 수술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현)는 병원장 윤모 씨와 신모 씨, 산모 권모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6월 25일 출산한 태아를 사각포로 덮은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 씨는 고령으로 수술이 어려워지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대학병원 의사 신 씨에게 수술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의료법 위반과 허위 진단서 작성·행사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그는 수술 직후 권 씨의 진료기록부에 사산한 것으로 허위 기재하고, 수술실에도 CCTV를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권 씨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불거지자 사산증명서까지 허위로 발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윤 씨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브로커 한모 씨와 배모 씨로부터 총 527명의 환자를 소개받고 수술비 14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한 씨 등은 그 대가로 3억1200만원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함께 기소됐다.
권 씨는 작년 6월 자신이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며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큰 공분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임신 24주 이후 낙태는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까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국회의 입법 지연으로 처벌 규정은 공백 상태였다.
검찰은 "처벌 규정의 공백기를 틈타 일부 산부인과 병원과 브로커들이 출산이 임박한 고주차 태아에 대해서도 고액 수술비만 부담하면 무분별하게 낙태 수술을 해줬다"고 지적했다.
권 씨는 윤 씨 외에 다른 두 곳의 병원에서도 임신중절 수술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관련 진정서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이달 초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윤 씨와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 기각됐으나, 지난달 27일에는 발부됐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명을 경시한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번 사건으로 취득한 수익을 전액 추징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경찰 등과 긴밀히 협력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