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삼바·라틴댄스까지…'흥부자' 중남미 MZ 홀린 한국제품

입력 2025-07-25 07:30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중남미 무선 스피커 시장을 휩쓸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의 오디오 브랜드 JBL이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데다 LG전자가 2위 브랜드인 보스를 근소한 차이로 따라붙으면서 '1강2중' 구도가 만들어졌다.

25일 GFK·서카나 등 복수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무선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1위 JBL, 2위 보스, 3위 LG전자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이 상위 1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해 중남미 지역에서 K-브랜드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JBL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군 중 하나이자 아웃도어나 일상용으로 쓰이는 플립 시리즈를 중심으로 초소형 제품인 고(Go) 시리즈, 휴대성이 뛰어난 클립 시리즈, 행사나 파티에 활용되는 파티박스·붐박스·엑스트림을 앞세워 중남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무선 스피커 시장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가처분 소득 증가와 무선 오디오 장치의 인기 증가로 (중남미 지역 등에서) 수요가 증가해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시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무선 스피커 수요가 늘어나는 시장 흐름에 제대로 올라탔다. 지난해 LG전자 점유율은 보스와 마찬가지로 10%대를 기록하면서 약진했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엑스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사나 파티용인 엑스붐 스테이지301와 휴대성이 우수한 엑스붐 바운스·그랩을 주력 제품으로 멕시코·페루·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남미 6개국에서 출시했다.

중남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엔 문화적 특수성이 있다. 이 지역 특유의 음악 소비 문화가 무선 스피커 수요를 떠받치고 있는 것. 중남미 지역은 2030세대 인구 비중이 큰데 음악과 춤, 페스티벌 문화에 관심도 높아 무선 스피커를 찾는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소규모 파티나 야외 모임을 즐기는 문화가 일반적인 만큼 무선 스피커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특히 레게·삼바·라틴팝 등 강한 리듬 중심의 음악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고출력 사운드와 베이스 강조 기술이 접목된 제품의 수요가 높다. 중남미가 돈이 되는 시장으로 떠오르자 추격자들도 따라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중국계 제조사들도 저가형 라인업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스마트 홈·스마트폰 확산도 무선 스피커 시장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TBRC)는 "스마트 홈 장치의 인기 상승은 앞으로 무선 스피커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스마트폰은 무선 스피커의 기본 오디오 소스 역할을 하면서 사용자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음악·기타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수요 증가가 무선 스피커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봤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중남미 무선 스피커 시장이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1.6%씩 성장해 13억34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 힘입어 전 세계 무선 스피커 시장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모더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올해 183억2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연평균 20.2%씩 성장하면서 460억1000만달러로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중남미를 비롯해 인도·중국 등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지역에선 품질 저하 없는 가격경쟁력도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지목된다. JBL 포터블 무선 스피커 중 '고4' 제품은 국내 출시가 기준으로 5만원대에 불과하고 플립7과 차지6는 16만~23만원대다. 엑스붐 스테이지301·바운스·그랩 제품은 15만~36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TBRC도 "주요 기업들은 무선 스피커 시장에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휴대용 스피커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