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에서 '윤희숙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한 가운데, 당 지도부와 윤 위원장의 갈등이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혁신안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본격 논의 없이 빈손으로 마쳤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이 있다고 윤 위원장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본인인 참석 여부에 대해 답변을 안 한 것으로 안다"며 "다음 의총에서 혁신위원장께 혁신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한번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 의원님이 혁신위원장이 직접 의원총회에 출석해 혁신안 내용에 관해 설명을 해주고, 혁신안이 필요한 사유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의원 간 토론이 가능하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의 보도가 나가자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국민의힘 의총에 불렀는데 참석하지 않아 혁신안 논의가 불발됐다는 기사들이 뜨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윤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송언석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이 전날 '의원총회에 참석할 의향이 있냐'고 전화로 물어 그는 "불러주시면 당연히, 기꺼이 간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아침까지도 참석하라는 연락이 없어서 "오전 9시에 다시 전화드려 '도대체 오라는 겁니까 오지 말라는 겁니까' 물었더니 '의논해봐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 이후 당사 사무실에서 콜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부르는데 안 왔다'는 기사가 떴다"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비서실장께 전화드렸더니 '비대위원장 혼자서 혁신위원장을 오라고 용감하게 부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위원총회에 청해 설명을 듣는데 왜 거대한 용기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더구나 부르는데 안 왔다는 백블까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앞서 혁신위는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 당헌·당규에 수록 △당 대표 단일지도체제 채택 및 최고위원제 폐지 △당원 주도 인적 쇄신을 위한 당원소환제 도입 등을 혁신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 위원장은 아울러 '나윤장송'(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을 '1차 인적 쇄신분'으로 꼽으면 거취 표명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수해 복구 지원 등 사유로 연기되면서 당내 혁신 논의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