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3일 14: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D현대(A)에 이어 대한항공(A)이 7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통상 장기물 발행은 기업 신용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SK그룹 등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대기업 위주로 이뤄진다. 대한항공의 현재 신용등급은 A이지만, 시장에서는 AA급에 준하는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장기채를 발행해 차입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하반기 중 추가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약 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하반기에 다시 회사채를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 1280억원 규모의 3년물 회사채(이자율 5.46%) 차환을 앞두고 있다.
같은 신용등급에서는 HD현대가 이달 조선업체 최초로 7년물을 발행한 바 있다. 7년물 100억원 모집에 830억원의 수요가 모여 4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당시 발행금리는 3.682%로 책정됐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7년물 회사채 금리를 3.2%대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중이며 회사채 만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할지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두 기업 모두 업황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객 수요 회복과 국제선 운임 상승 등으로 실적이 반등하고 있다. 2분기 매출은 3조9859억원, 영업이익은 3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3분기 여름 휴가철을 기점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고 있다.
다만 대기업들 사이에서 장기채 발행에 대한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장기채 단골손님이었던 SK와 LG전자 등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SK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300억원 규모의 10년물 회사채를 발행했고, LG전자는 지난 2023년 이후 회사채 발행 이력이 없다. 채권운용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개선되는 일부 기업이 7년 장기채를 조달하고 있다”며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을 고려했을 때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