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다음 달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이하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의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이후 13년 만이다.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쩔수가없다’를 포함한 21편의 작품을 올해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박찬욱은 올해 초청작 명단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감독 중 하나”라며 “직장을 잃은 남자가 새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박 감독의 열 두 번째 장편인 ‘어쩔수가없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중년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하루아침에 덜컥 해고된 이후 가족과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구직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소설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를 원작 삼아 박 감독만의 영화적 미장센을 섞은 작품이다. 앞서 박 감독은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17년 전으로 긴 시간 가장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밝힐 만큼 시나리오에 촬영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실력파 배우들이 캐스팅 됐다.
이날 초청 소식을 접한 박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고 베니스 영화제 초청까지 받고 보니 ‘긴 세월 작품을 포기하지 않길 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쓰리, 몬스터’(2004)에 이어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병헌은 “훌륭한 작품으로 베니스에 방문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계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그간 ‘K-무비’들이 글로벌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베니스를 비롯해 칸, 베를린 등 주요 영화제마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니스 영화제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3년째 별다른 인연이 없다. 박 감독은 2005년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2005)로 젊은 사자상 등 3개의 비공식 부문 상을 받은 이후 20년 만에 베니스를 다시 찾게 됐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명단에는 ‘어쩔수가없다’ 외에도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를 리메이크한 ‘부고니아’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 거장으로 떠오른 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두 명의 주인공이 제약회사 사장을 외계인으로 확신하고 납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밖에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하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애프터 더 헌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켄슈타인’ 등도 경쟁 부문에서 맞붙는다.
미국의 영화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다음 달 27일 개막한다. 경쟁 부문 초청작들은 폐막일인 9월 6일까지 현지에서 영화인들과 만나며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두고 경쟁한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9월 국내 개봉한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