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권위 있는 음악상을 휩쓸던 스위스 출신 ‘스타 하피스트’ 마르쿠스 클링코(61)는 1994년 모든 것을 잃었다. 손을 크게 다쳐 더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되면서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는 대신 사진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21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하나가 됐다.
2002년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 커버 촬영을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가 그의 렌즈 앞을 거쳤다. 비욘세의 첫 앨범 커버, 전성기 머라이어 캐리의 아름다운 모습, 레이디 가가의 기묘한 마스크…. 클링코는 말한다. “내가 찍는 건 단순한 스타의 사진이 아니라 그들이 신화가 되는 찰나다.” 그 말대로 그의 사진기 앞에 선 스타들은 ‘시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영원히 남았다.
지금 그가 주목하는 곳은 한국이다. 오는 9월에는 서울에 스튜디오를 열고 2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지금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한국과 새로운 신화를 쓰고 싶다”는 설명이다. 아이브의 장원영, 세븐틴 등 최정상 아이돌과의 촬영도 이미 약속돼 있다.
서울 이태원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한국 첫 개인전 ‘아이콘들: 데이비드 보위 서거 10주기를 기리며, 그리고 그 너머’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행사다. 보위의 미공개 사진을 비롯해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대표작 22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