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되고 저긴 안되고…'올리브영·다이소' 갔다가 '울화통' [현장+]

입력 2025-07-22 15:04
수정 2025-07-22 15:59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본사 직영 매장(직영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소비자와 판매자 등 일선에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기업 직영점을 사용처에서 배제하면서 소비자들이 사용처 제한이란 불편을 겪고있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5)는 소비쿠폰이 처음 발행하는 날인 지난 21일 동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를 받은 뒤 동네 ‘올리브영’을 찾았다. 화장품과 생필품을 담아 결제하려 했지만 “직영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상품을 내려놓았다. 김모씨는 “근처 다른 매장은 사용이 가능한던데 왜 여긴 안 되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 매장은 본사 직영점이라 그렇다”는 것이었다.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지만 운영 주체에 따라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가 생기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매장은 스티커를 부착하지만, 사용이 불가능한 매장은 따로 표시가 없어 헛걸음을 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이에 올리브영은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 리스트를 안내하는 글을 게시했다. 다이소 또한 공식 홈페이지 '매장 찾기'에 지점명을 검색하면 사용 가능한 지점의 경우 '소비쿠폰'을 표시해두고 있다.


정부는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자영업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소비쿠폰 사용처를 ‘소상공인’으로 등록된 가맹점 또는 개인 사업장에 한정했다. 반면 올리브영, 다이소, 스타벅스 등 직영 운영 중심 브랜드의 매장은 본사가 법인으로 직접 운영하는 탓에 소상공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는 매장이 대부분이다. 올리브영의 경우 전국 1379개 매장 중 가맹점은 200여개에 불과하며, 연 매출이 30억 이하인 매장을 추리면 154개에 불과하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사용처 매장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올리브영 어플에 해당 매장을 검색하면 ‘민생회복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이라고 뜨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전국 1576개 매장 중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483개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241개 매장 중에 가맹점은 30개에 불과하다”며 “특히 서울은 임대료, 보증금 등이 비싸 규모가 큰 매장을 가맹점으로 운영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 정책이 ‘형식적인 기준’보다 실제 소비 환경을 반영해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영업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브랜드가 아닌 운영 주체만을 기준으로 소비처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매장을 정책에서 배제하는 꼴”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