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이곳에는 약 1867종의 식물 종이 서식하며, 83종의 특산식물과 107종의 희귀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복주머니란 등 9종의 2급 멸종 위기 식물이 있고, 반달가슴곰 등 6종의 1급 멸종위기 동물이 산다. 삵, 담비, 열목어 등 2급 멸종위기 동물 24종의 소중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22일 산림청에 따르면 백두대간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식 표현을 빌려 산맥으로 불렸다.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지질학적 산맥체계가 적용되면서 백두대간의 의미가 서서히 퇴색됐다. 백두대간은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각종 개발사업의 대상지가 돼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환경 및 시민 단체 등에서 백두대간 개념에 대한 복원 운동이 시작됐다. 현재는 그간 국민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다시 잊혔던 명칭과 단절됐던 산들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향후 한반도 통일에 있어 남북한의 문화·경제·생태적 차이를 극복해 나가는 역할의 중심이 백두대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로 약 70여 개와 철도 6개 선형개발로 인해 백두대간은 단절·훼손돼 있다. 이에 백두대간을 복원해 우리 민족의 근간이라는 상징성과 역사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은 이를 반영해 지난 2011년부터 충북 괴산의 이화령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백두대간 생태 축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기후대에 맞는 자생식물과 돌·나무와 같은 자연 재료를 활용해 복원하고 있다. 백두대간 생태 축 복원사업은 일제강점기에 도로로 훼손·단절된 백두대간을 연결·복원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과거 항공사진 판독 등을 통해 원지형 형태를 최대한 복원하며 주변 산림생태계를 참조한 자생식물을 활용해 복원하고 있다.
이화령을 시작으로 전북 장수 육십령, 경북 문경 벌재, 경북 상주 비조령, 전북 남원 정령치, 충북 보은 말티재, 경북 김천 작점고개, 경기 안성의 배티고개, 충북 증평의 분젓치, 경분 문경의 하늘고개, 충북 괴산의 질마재, 전북 진안의 보룡재, 충남 서산의 독고개 등 2023년까지 단절됐던 13곳의 백두대간 생태 축을 복원했다.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는 전북 장수의 자고개, 전남 보성의 한치재, 경남 산청의 밤머리재, 충북 괴산의 모래재, 전북 장수의 밀목재 등이 복원된다. 또 2028년까지 10곳의 지방도와 국지도, 국도 등이 새롭게 복원될 계획이다.
산림청은 그동안 생태 축을 복원하며 성과도 냈다. 단순히 끊길 길과 산을 이어서가 아니라 생태적인 측면과 문화·관광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복원해왔기 때문이다. 복원 우수사례로 산림복원 기술대전에서 2013년에는 장수군 육십령이 대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남원시 정령치가, 2023년에는 서산시 독고개가 우수상을 각각 받았다. 산림청은 관계 부처인 환경부, 국토부와 협업을 통해 제3차 한반도 생태 축 연결·복원 추진계획(2024~2028년)을 수립해 백두대간뿐 아니라 백두대간의 가지와 줄기인 정맥과 지맥, 기맥까지 대상지를 확대 추진하며 국토 구석을 복원해 나갈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생태계서비스와 산림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훼손된 백두대간의 생태 축 복원을 빈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