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증가나 지원 축소를 이유로 기업이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1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선진국 중 ‘중견기업’이란 개념을 명시적으로 도입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프랑스 등이다. 미국, 독일, 영국,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중소·중견기업으로 묶어 관리한다.
일본은 기업 규모별로 차등 규제를 두고 있다. 소위 ‘1억엔의 벽’으로 불리는 자본금 규제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또 자본금과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을 나눈다. 제조업 기준 3억엔(약 30억원), 도매업은 1억엔(약 10억원) 이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엔 법인세, 지방세, 사업세 특례를 비롯해 증여세와 상속세 납부 유예 등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대 초반 경영난을 겪던 항공, 여행, 유통 대기업들이 감자를 통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프랑스에선 종업원이 50명 이하면 중소기업이 된다. 이 기준에 따라 근로자 대표 기구 설치나 고령자 고용 계획 등 각종 사회적 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종업원 50명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기업이 성장하면 지원이 확 줄고 부담만 급증하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 일본은 중소기업에 한해 23.2%의 일반 법인세율 대신 15%의 특별세율을 적용하지만 연 800만엔 이하 소득분에만 적용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프랑스에선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법인세율이 25%로 동일하다. 중소기업 혜택도 매출 1000만유로 이하 기업에 국한된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선 중견기업이란 개념이 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세율 차이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은 모든 기업에 동일한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중소·중견기업을 하나로 묶어 연구개발(R&D)비의 최대 5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기업 규모에 따른 세율 격차를 두지 않고 500인 이하 중소기업에 R&D 예산을 별도 투입하는 식으로 성장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