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오아시스 구주 매물로…IPO 대신 세컨더리 딜로 선회하는 FI들

입력 2025-07-22 10:51
수정 2025-07-23 09:55
이 기사는 07월 22일 10: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니콘 기업의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물밑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이미 몸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신규 투자 라운드를 열기 어려워지면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의 일부 투자자들은 지분 5% 안팎을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와 IMM인베스트먼트, 네이버 등 버킷플레이스 초기 투자자들이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펀드 만기 등을 고려해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컨더리 딜은 직전 투자 라운드보다 낮아진 밸류에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의 집은 2022년 기업가치 1조8000억원을 평가받으며 2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IPO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당장 2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으로 추가 투자 유치를 받기에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 초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구주 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식자재 유통기업 오아시스도 지난해부터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 세컨더리 딜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이중 오아시스 2대주주였던 한국투자파트너스PE도 보유 지분 15%를 매각 중이다. 한투파PE는 딱히 밸류에이션을 정해두지 않고 원매자를 찾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 컬리도 지난해부터 초기 투자를 한 국내 VC 중 일부가 최근 네이버를 만나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들 모두 IPO 일정이 지연되면서 FI들이 지분 정리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몸값이 높아진 스타트업은 기업가치가 이미 조단위로 올라 원하는 밸류에 신주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 IPO를 기다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상장을 해도 기대했던 수익률을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에서 세컨더리 거래는 기존 투자자에게는 조기 회수의 수단이 되고,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에게도 일정한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대개 직전 라운드 대비 할인된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향후 IPO나 M&A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이 막히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회수를 서두르고, 새 투자자들은 할인된 밸류로 들어가 향후 수익을 노릴 수 있어 구주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몸값은 높아졌지만 실적 개선이 뚜렷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손바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