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1일 14: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삼진푸드의 기업공개(IPO) 신청에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삼진푸드가 증시에 상장할 만큼 충분한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거래소 시각이다. 미승인 결정은 한 달 사이 두 번째다. 지난주에는 진단키트 업체 젠바디의 상장 신청에 최종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예비 주자들은 거래소 눈높이가 대폭 높아졌다고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진푸드는 최근 스팩 합병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가 미승인 결정을 통보하면서다. 삼진푸드는 액란, 후라이, 오믈렛, 스프레드에그 등 계란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KB제31호기업인수목적을 흡수합병해 상장할 계획이었다. 주관사는 KB증권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689억원 수준이었다.
삼진푸드는 빠르게 개선되는 실적을 내세웠다. 매출은 2020년 127억원에서 작년 409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작년 영업이익도 40억원으로 2020년(2억원) 대비 20배가량으로 늘었다. 국내외 간편식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진 게 실적 호조의 배경으로 꼽힌다. 군대 납품, 간편도시락 등에서도 계란 가공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주관사와 삼진푸드는 상장 문턱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거래소 문턱은 예상보다 높았다. 거래소는 신청기업이 상장에 걸맞은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보호 요건 등을 질적으로 심사해 미승인 통보를 내릴 수 있다. 삼진푸드는 사업 안정성을 갖췄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계란가공 업체가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다른 외부적인 이슈는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만한 기업인지 대해 거래소가 깐깐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진푸드는 내년 또는 내후년께 다시 상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거래소는 젠바디에도 상장 최종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젠바디는 지난달 말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내린 미승인 통보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지난 17일 시장위원회가 최종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젠바디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회사다. 매출은 2020년 497억원에서 2021년 1186억원, 2022년 1574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271억원, 2021년 583억원, 2022년 830억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면서 실적은 주춤했다. 별도 기준 2023년 125억원, 작년 2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적자 전환해 2023년 272억원, 작년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거래소도 이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면서 회사가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젠바디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HIV(에이즈), 매독, 마약 진단키트도 생산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정을 뒤집진 못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여러 바이오 기업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퇴출 대상이 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거래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향후 거래소의 눈높이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자료집에서 ‘상장기업 수 확대 중심에서 시장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진입과 퇴출이 지나치게 잦은 코스닥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기조”라며 “향후 심사는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