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풀리는 주류 규제…'수제 위스키' 창업길 열렸다

입력 2025-07-20 17:24
수정 2025-07-28 16:09
국세청이 위스키와 브랜디에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허용하자 ‘수제 위스키’ 창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 위스키 애호가가 늘고 있는 데다 적당한 제조시설만 보유하면 위스키를 제조할 수 있어 다양한 종류의 수제 위스키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 위스키도 ‘소규모 면허’ 허용20일 국세청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의 주류시장 진입 여건을 완화하고, 주류 제조자의 납세 협력 비용 감축 및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주세사무처리 규정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했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탁주, 과실주, 청주 등 일부 주종에만 허용되던 소규모 주류제조면허가 위스키, 브랜디, 증류식 소주로 확대됐다. 국세청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납세 협력 비용을 줄이면서 수출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술을 제조해 판매하려는 사람은 정부로부터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면허는 크게 소규모 면허와 일반 면허로 나뉘는데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는 일반 면허보다 낮은 시설 기준과 비용으로 술을 제조할 수 있다. 이런 소규모 주류면허는 원래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맥주 제조장에만 적용됐다. 위스키, 브랜디, 증류식 소주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0L 이상의 담금조와 2만5000L 이상의 저장조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개인 자영업자가 소규모로 위스키 등을 제조하는 게 어려웠다. 관련 업계에선 한국식 위스키, 증류식 소주 제조 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1000L 이상~5000L 미만의 담금조, 5000L 이상~2만5000L 미만의 저장조를 구비하면 소규모 면허를 취득해 위스키 등을 제조할 수 있다. 5000L 수준 저장조의 크기는 대략 지름 2m, 높이 2.5~3m다. 교외 지역 등에 소규모 제조시설만 갖추면 위스키를 제조할 수 있어 청년 창업자들의 시장 진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주류 제품이 탄생할 토대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기술력은 있지만 설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 지역 농산물 활용을 고려 중인 농업 법인 등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소규모 주류제조면허 수는 2020년 277개에서 지난해 413개로 4년 만에 49.1% 늘어났다.

◇ 면허 취득, 두 달가량 걸려소규모 면허와 일반 면허는 취득하기 위한 시설의 ‘크기’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식품위생법에 따른 위생 기준은 동일하다. 소규모 면허 제조자라 하더라도 원재료와 완제품을 보관할 창고 등 기본 제조시설은 따로 구비해야 한다. 수제 위스키 가게를 창업하려고 한다면 국세청에서 주류 제조 방법을 승인받아야 한다. 술의 도수, 제조 과정 등을 국세청에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후 제조시설 용량 등이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이 현장 실사를 한다. 담당 세무서의 검토를 거친 뒤 지방 국세청에서 최종적으로 승인받으면 소규모 면허를 발급받는다. 전체적으로 대략 두 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국세청은 소규모 면허제 확대에 더해 납세병마개(주류 용기 뚜껑이나 병마개에 부착되는 세금 증명 표시) 제조자를 이달부터 ‘등록제’로 바꿔 일정한 시설 요건만 갖추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 주류산업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용 국산 위스키, 브랜디 나무통 저장 및 숙성 기간을 관할 세무서장에게 확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