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수예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가 된 송민규가 합을 맞췄다. 지난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다.
이날 공연의 핵심은 박수예가 협연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다. 1악장 독주에서부터 남다른 안정감을 보여줬다. 그가 내는 음 하나하나가 단단하고 꽉 찬 느낌이었다. 화려한 기교를 섞어 현란하게 연주하는 쪽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기가 단단했다. 박수예가 왼손으로 쉼 없이 만들어내는 비브라토(일정한 음의 높낮이를 일부러 떨리게 하는 연주법)는 뚝 끓기는 느낌 없이 부드러웠다. 이렇게 듣는 귀를 편하게 만들기까지 그가 소화해왔을 연습량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송민규가 지휘한 서울시향은 독주자가 빛나 보이는 길을 택했다. 박수예가 선율을 이끌 땐 소리를 낮춰 바이올린의 음색을 살리는 조력자가 됐다. 상대적으로 잔잔한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선 바이올린의 휘몰아침이 절정에 달했다.
협연자 없이 공연한 2부에선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선보였다. 4개 악장 중 송민규 지휘의 개성이 특히 두드러진 건 2악장이었다. 이 악장에선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가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만들어낸 바람은 산들바람보다는 셌다. 곡 곳곳에서 솟아나오는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연주법)는 이 울림에 발랄함을 더했다. 마지막 악장에선 앞서 상승하던 운율을 막는 베이스의 단호한 보잉과 호른의 힘찬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지휘자는 한껏 고조된 악단의 에너지를 단번에 터뜨리기보다는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