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반도체·배터리 직접 투자 가능…전략산업 키운다

입력 2025-07-18 17:32
수정 2025-07-19 11:38
최대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하는 법안을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산업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고 인식해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세 위협’이 나날이 커진 데다 중국과의 산업 경쟁력 격차도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정쟁을 이어온 여야가 세계 무역 전쟁 파고를 넘기 위해 ‘협치 결과물’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 첨단전략산업 신속 지원 가능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정부가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산은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고, 산은이 정부 보증 첨단전략산업기금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자 비용 등 기금 운용 자금은 산은이 기금에 직접 출연하는 방식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기존에도 산은이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총 17조원 규모에 그쳤다.

산은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강민국 국민의힘·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제안 취지에서 “첨단전략산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비해 규모가 제한적이고, 대출 중심의 지원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며 “첨단산업 지원의 적시성이 중요한 만큼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설 기금을 통해 여러 업종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 기업들에 국고채 수준의 저리 대출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거나 직접 지분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로벌 수주 경쟁 시에는 기금을 통해 금융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개정안은 기금 운용 기간을 재원 조성일로부터 20년간, 자금 지원 기간은 5년으로 규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에 기금 규모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우선 기금채 발행으로 50조원 규모를 마련하고 민간 매칭이 이뤄지면 최대 100조원의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산은 수권자본금도 증액될 듯여야는 안정적인 산업 지원을 위해 산은의 수권 자본금(법적으로 증자할 수 있는 자본금 한도)을 증액하는 데도 사실상 합의했다. 산은이 적극적인 산업 지원에 나서려면 증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김태년(40조원)·박상혁(45조원)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50조원)·윤한홍(60조원) 의원이 산은 수권 자본금을 증액하는 산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산은의 법정자본금은 2014년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액한 이후 지금까지 30조원에 머물러 왔다. 산은 자본금이 올해 거의 한도를 채우면서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열리는 정무위 법안1소위에서 산은 자본금 증액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한도를 놓고는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한도를 채워 자본금을 상향해야 할 텐데 미리 늘려 놓는 게 낫다”고 한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늘려줄 수는 없고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산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가 늘어나면 산은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운용하는 데도 숨통이 트인다. 산은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금 운용 자금 등은 산은이 직접 출자를 통해 지원하도록 했다. 강민국 의원은 “세계 각국이 첨단전략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도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설치되면 전략 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통한 경제안보 강화 및 대한민국 100년 먹거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